오피니언

[동십자각] 은행 과당경쟁 우려 현실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바탕으로 은행권이 ‘영업 전쟁’에 들어간 지 벌써 2년째를 맞으면서 ‘과당경쟁’ 우려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은행권의 ‘전쟁’은 전통 영업 분야인 여ㆍ수신부터 수수료 판매 상품인 방카슈랑스, 펀드 판매까지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1ㆍ4분기 은행권의 여ㆍ수신은 공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은행 전쟁이 한층 과열될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는 모습이다. 투기지역 6억원 이상 아파트의 담보대출에 대한 상환능력 규제인 DTI가 시행되자 시중은행은 발빠르게 중소기업대출과 신용대출뿐 아니라 연립주택ㆍ단독주택 등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상품의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특판예금은 사라졌지만 ‘한시적인 상품’으로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에서나 가능한 5%대 초반의 정기예금 상품도 암암리에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지점장 전결금리’를 통해 웃돈을 얹어주고 이것도 모자로 지점이 손실을 떠안는 ‘역마진 상품’도 등장했다는 게 금융계의 전언이다. 펀드 판매는 적립식 펀드에 이어 ‘해외 펀드’와 ‘펀드오브펀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미 상당 부분 올라 있는 인도나 일본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투자 위험’이 충분히 고지됐는지 궁금할 뿐이다. 과당경쟁은 ‘점포 수 늘리기’ 경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PB센터 개설 경쟁이 1~2위 은행을 중심으로 재현되고 있으며 각 시중은행이 올해 중으로 새로 문을 열기로 한 점포도 200개가 넘는다. 과당경쟁은 ‘대형 금융기관 인수가격 높이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외환은행의 매각가격이 당초 시장에서 알려진 것보다 20% 이상 높은 1만5,400원에 결정된 것을 비롯해 19일 마감하는 LG카드 인수가격도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은행 전쟁’이 ‘금융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과열경쟁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은행의 이익이 줄어들고 부실자산이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들 수도 있다. 금융기관 부실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IMF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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