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웃는 장쉔

제10보(151~172)




마라톤은 장시간의 고통이다. 그런데 프로기사의 대국은 마라톤의 몇배 큰 고통일 지 모른다. 오늘의 이 바둑에 창하오와 최철한은 10시간을 쏟아 부었다. 순간마다 상대방의 의도를 분석하고 수읽기의 밀림을 수색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사투였다. 대국의 접전은 기술의 충돌로 점철된다. 그러나 10시간의 사투가 되고 보면 이미 기술의 차원이 아니다. 정신력과 체력이 총동원돼야 하고 강철심 같은 신경이 작동 해줘야 한다. 여러 제자들을 이끌고 베이징 응원에 나섰던 권갑용6단은 이번 접전을 보고 나서 ‘중국측의 간절한 염원과 총력태세에 밀린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대국장인 쿤룬호텔에서 대국 당일 내부수리 공사가 있었다. 공사는 야간에도 계속되었는데 그 소음이 최철한의 숙면을 방해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창하오는 집에 가서 자고 아침에 왔으므로 그 소음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최철한은 ‘최독사’라든지 ‘최올인’으로 불리는 강한 면모의 기사지만 이번 시리즈에 임한 창하오의 기백은 최철한을 압도하고 있었다. 우는 것 같은 얼굴이라고 여러 차례 화제가 된 창하오의 표정은 눈 주위의 다크 서클 때문이었는데 그로테스크한 그 모습이 아직 어린 소년인 최철한에게 섬뜩한 압박감을 주었던 것도 사실로 보인다. 흑65는 자폭적인 공격이다. 던질 구실을 만든 수. 백72를 보자 최철한은 비로소 돌을 던졌다. 검토실을 지키던 장쉔8단이 천천히 대국실을 들어갔다. 남편 창하오의 등뒤에 가서 선 장쉔은 말없이 방그레 웃고 있었다. 아직 5번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장쉔은 남편의 우승을 이미 그때 예감했다고 한다. 172수끝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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