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입사기업·업무 다르지만 회사에 대한 애정은 같죠"

■ 소띠 신입사원 새해 희망가

회사도 서로 다르고 처음 만났는데도 동갑내기여서 그런지 금새 친해졌다. 김연의(한샘·사진 왼쪽부터), 구하나(샘표식품), 김보란(웅진홀딩스)씨가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호기자

취업준비생들에게 올해는 무척이나 힘든 한해였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더욱 심화돼 청년실업률도 치솟았다. 취업준비생들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좁은 관문을 뚫기 위해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내년에 취업문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잿빛 전망도 취업준비생들을 우울하게 한다. 하지만 최근 비좁은 취업문을 빠져나온 구하나ㆍ김보란ㆍ김연의 씨에게 새해는 장밋빛이다. 이들은 12월 초 각각 샘표식품ㆍ웅진홀딩스ㆍ한샘에 합격, 내달 연수를 앞두고 있다. 1985년생 소띠 동갑내기(24세)인 신입사원 3인은 ‘소의 해’인 200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입사하게 된 기업의 규모는 달라도 회사에 대한 애정은 똑같았다. ● 한샘 김연의-'회사는 파트너' 애정갖고 입사성공
마케터로 최선 해외지사 근무가 꿈 ● 샘표식품 구하나-학점등 '스펙' 보단 자신감 중요
현장 누비며 샘표 이미지 높일것 ● 웅진홀딩스 김보란-면접땐 인성·애사심 보여줘야
'많이 배우려는 신입' 소리 듣고싶어
-입사 기업이 원래 가고 싶었던 회사였나 ▦김연의(한샘)=대학에서 심리학ㆍ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내 꿈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전공과 무관한 진로를 정했기 때문에 어떤 회사를 가야할 지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한샘이 최적의 회사라고 판단했다. 여러 군데 원서를 썼지만 특히 한샘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다. 일단 마케터로 일한 뒤 심리학 전공을 살려 소비자 마인드로 접근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싶다. ▦구하나(샘표식품)=취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뭘까 고민했다. 난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영업ㆍ마케팅 분야가 좋을 것 같았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할 때 현실을 무시하는 전략이 많다는 걸 느꼈다. 마케팅은 영업이 밑바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업을 잘 할 수 있는 기업을 찾다 보니 한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신문ㆍ잡지 기사를 통해 샘표식품이 전통과 문화를 함께 파는 회사라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을 팔면 뜻 깊고 의미있을 것 같았다. ▦김보란(웅진홀딩스)=대학 다닐 때 단체활동을 많이 했다. 봉사ㆍ학술 동아리를 비롯해 칵테일 동아리도 했는데 주로 기획일을 맡았다. 기획분야를 좋아하다보니 일을 자꾸 벌였던 것 같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내가 남들보다 앞서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미래를 감지하는 센스를 가지자’는 게 좌우명이다. 전경련이 후원하는 연합동아리 ‘영리더스클럽(YLC)’에서 웅진 윤석금 회장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젊고 가족적이고 쑥쑥 크는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웅진그룹의 모토인 ‘또또사랑’은 내가 단체생활을 하면서 가진 조직과 사회에 대한 애정과도 일맥상통했다. 애사심을 가질만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입사전형에서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어떻게 치렀나 ▦구하나=샘표식품은 최종면접으로 요리면접과 실무진ㆍ임원면접을 본다. 요리면접은 참 재미있었다. 조를 짜서 주어진 재료로 즉석에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요리 과정에서 각각의 개성과 성격이 드러난다. 면접관들이 그 과정을 다 지켜보고 기록한다. 임원면접을 앞두고 대형 마트에 갔다. 마트 매대에 진열돼 있는 샘표제품의 위치를 파악해서 나름의 전략을 제시했다. 샘표간장은 시장점유율 1위여서 눈에 잘 띄고 집기도 편한데 경쟁사에 비해 매출이 적은 고추장ㆍ된장은 잘 안보이는 곳에 진열돼 있었다. 사소한 것 같지만 내 나름대로는 최선의 준비였다. ▦김연의=한샘은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의 비중이 크다. 면접장에서 마케팅에 관한 주제를 주고 발표를 하게 한다. 한샘에 관한 정보를 완벽하게 알고 가자는 생각에 신문에 나온 기사를 다 찾아 읽었다. 한샘에 재직 중인 직원과 학교 선배를 만나서 정보도 얻었다. 명품 마케팅이 PT면접 주제였다. 일반적인 얘기보다는 한샘 제품과 접목해서 발표했다. 에세이는 ‘10년 후 내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5년ㆍ10년 뒤 한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식이다. 회사에 대한 이 같은 애정과 열정에 면접관들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김보란=면접에서 실제적인 기획능력과 진한 애사심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회사 면접도 많이 봤는데 직무에 상관없이 회사 이미지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면접은 기업들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지원자가 기업을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웅진은 실무진(1차)-임원(2차)면접에서 직무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면접을 통해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롤 플레이(role play) 면접’이라고 해서 기업에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놓고 회사 직원과 1대 1로 상황극을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대학시절은 어땠나. 흔히 말하는 ‘스펙’은 좋은 편인가 ▦김보란=경영학을 전공했다. 금융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금융자산관리사와 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앞서도 말했지만 단체활동도 많이 했다. 학술동아리에 가입해 공모전에도 참가했고 봉사동아리 회원으로 베트남 등 해외 봉사활동도 자주 다녔다. 한 이동통신업체에서 한달간 인턴을 했고 호주로 6개월간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한달간 혼자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게 됐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학점이 아주 좋지는 않다. 중상 정도? 그런데 좋은 학점이 취업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구하나=면접 때 한 임원이 ‘왜 이렇게 공부 못했느냐’고 묻길래 “첫 사랑을 대학 1학년 때 만나 신나게 연애하고 놀았다”고 대답했다.(웃음) 1~2학년 때는 여행도 다니고 미팅도 많이 했다. 영어연극학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학점은 중간 수준이다. 3학년 때부터 취업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무턱대고 테솔(TESOL)반에 들어갔는데 매일 한계를 느껴야만 했다. 밤 9시에 아르바이트 끝내고 돌아와서 새벽 3~4시까지 수업 준비를 했다.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의 최고 시련기였던 것 같다. 결국 테솔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큰 자신감을 얻었다. ▦김연의=나 역시 학점은 중상위권이다. 1~2학년 때는 원하는 전공을 배정받기 위해, 또 복수전공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개인적으로는 학점이 좋다고 취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고 학점이 안좋다고 취업 못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에는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샌프란시스코)을 다녀 왔다. 영어 공부 목적도 있었지만 경험을 많이 쌓고 싶었다. 교환학생으로 간 지 1주일만에 2개의 봉사활동을 신청해서 한 학기 동안 활동했다. 덕분에 외국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기를 수 있었다. 돌아와서는 교내 여성리더십클럽과 멘토링클럽에 가입해 회원들과 스터디도 하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 멘토들을 만나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 -취업준비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연의=자격증 취득이나 영어 공부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80~100곳에 원서를 넣어 원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다니기 보다는 1~2곳을 제대로 준비해서 들어가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정말 원하는 일을 정해서 거기에 맞는 회사를 찾아 집중 공략하는 것이 좋다. 가고 싶은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회사를 자신의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다. ▦김보란=입사전형에서 면접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면접에서는 인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인성을 기르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1학년 때부터 너무 취업에 매몰돼 학점ㆍ영어성적ㆍ자격증 같은 ‘외적 조건’에만 신경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대학 때는 신나게 놀아도 보고 사람들과도 많이 부딪혀봐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것만 얻으려 하지 말고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을 정해 애정과 관심을 갖고 깊이있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구하나=자신감이 중요하다. 누구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다. 남들에게 핀잔을 듣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완벽해지기 전에는 좀체 도전하지 않으려 한다. 토익 점수가 낮다고 입사 지원을 미루기도 한다. 너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 -입사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김보란=전략팀에서 일하게 된다. 웅진홀딩스는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신사업 발굴이나 인수합병(M&A)과 같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을 한다. 많이 깨지고 배워야 할 것 같다. 앞으로 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직접 발굴하거나 인수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벌써부터 회사 생활이 기대된다. ▦구하나=영업이다. 발로 뛰어야 한다. 영업은 체력전이다. 내 자신을 샘표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대형 마트나 영업점을 최대한 많이 찾아다닐 것이다. 특히 늘 웃으면서 고객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체력에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다. 취업은 체력전이라고 생각해 마라톤을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 발로 뛰면서 샘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샘표 하면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김연의=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내년 1년간은 실습 위주의 연수기간이다. 고객 만나서 영업도 하게 될텐데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특권으로 여기고 싶다. 현장에서 고객들로부터 배울 생각이다. 경험과 심리학 전공을 잘 살려서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데 힘쓸 것이다. 마케터로 일하다가 10년쯤 뒤에는 해외지사에서도 일하고 싶다. -2009년은 소의 해다. 소띠로서 새해에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구하나=우리 회사는 영업팀이 목표 매출을 달성하면 부상으로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내년에는 스위스로 간다고 들었다. 꼭 내가 속한 팀이 목표를 달성해서 선배 직원들과 함께 스위스를 다녀오고 싶다. 월급을 타면 봄에 부모님과 함께 남도 여행을 할 생각이다. ▦김연의=상급학교에 올라갈 때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나.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의 마음처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직장인으로서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한샘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더 잘 알고 완벽한 한샘인이 되는 한해를 보내고자 한다. ▦김보란=내게 올해는 무척 다이나믹한 한 해였다. 취업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난 내가 무척 잘난 줄 알았는데 취업 과정에서 많이 겸손해졌다. 우선 회사에 잘 적응하고 싶다. 일 잘하는 신입사원이라는 얘기보다는 많이 배우려고 하는 신입사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올 여름휴가는 호주에서 친구와 함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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