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리먼사태 4주년… 가시지 않는 위기

15일은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4주년 되는 날이다. 지난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 금융위기가 158년 역사의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리먼 파산은 우리나라에도 쓰나미였다. 어려움에 빠진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일시에 자금을 빼나가며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 달러 고갈로 국가는 외환부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였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일단 고비를 넘기자 우리 경제는 저력을 발휘했다. 선진국 경제와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돋보이기 시작했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늘려갔다. 정부는 원화의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기업들을 도왔고 대대적인 재정지출로 국내경기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지표상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위기극복 국가가 됐다. 상대적으로 튼튼한 재정건전성과 외환건전성이 그 과정에서 돋보였다. 그 종합판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른 최근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다.

관련기사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다. 선진국 경쟁기업들의 부진과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였으나 그 과실은 국내 중소기업들에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원화가치 약화에 따른 물가불안이 내수기업들에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표상으로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도 소득상승이 따라가지 못하는 성장과 소득의 지체현상이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 내에서의 양극화도 심화됐다. 국가신용도는 좋아졌다고 하는데 중산서민층에서는 삶이 갈수록 팍팍해진다는 푸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4년 전 리먼 사태가 예고한 글로벌 경제위기는 진행 중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조치가 이를 말해준다. 미국 금융위기에서 이어진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세계적으로 수출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리먼 사태를 극복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우리나라의 수출 위주 성장전략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세계적인 저성장 시대는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 수출에 목을 매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 내수확장에 국가의 명운을 걸 정도로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