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천정부지 고유가' 하강우려 경제 압박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국제 3대 유가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입의존도가 큰 중동산 원유의 가격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이 WTI와 브렌트유에 이어 배럴당 70달러 시대로 진입했고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에 이란 핵 등 중동 문제, 나이지리아 반군 등 지정학적 요인까지 가세해 국제 유가의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고유가 추세는 하반기 이후 하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우리 경제를 압박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유가 어디까지 오르나..두바이유 70달러 전후 두바이유와 WTI, 브렌트유 등 국제 3대 유가는 14일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에 비해 1.49달러 오른 70.39달러를 나타냈고 WTI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1.75달러 오른 76.70달러로 거래를 마쳤으며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전날보다 2.30달러 오른 76.69 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 하반기경제운용방향을 마련하면서 하반기 유가(두바이유 기준)를 상반기의 62달러보다 3달러 정도 높은 65달러로 전망했고 올해 연간 전체로는 63달러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연간 전체 유가 전망치는 지난해 말 예상했던 54달러보다 10달러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또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도 하반기 국제유가가 상반기보다 배럴당 평균 3~4달러 상승한 65달러 내외의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의 이원걸 제2차관은 "이란의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고 석유 수급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 두바이유 가격은 70달러 전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전략연구실장은 "현재 이란 핵문제와 미국의 허리케인 등 불확실한 요인이 너무 많다"며 "특히 이란 핵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란 핵.나이지리아 정정불안.수급 등 불안요인 산재 유가 급등세에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라는 시장 내부적 문제와 중동, 아프리카 등지의 지정학적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정제 시설은 크게 확충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개발국들의 석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어 석유 시장은 수급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주요 기관들이 올해 세계 석유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올해 수요 증가분은 지난해 증가분보다 높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여유 생산능력도 연말까지 현 수준에서 크게 늘리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이 올해 북대서양에 4~6개의 강력한 허리케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미국의 석유공급시설이 피해를 입는다면 수급의 불균형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이란 핵,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요인들도 수급상황이 좋지 않은 시장에서 유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1월 핵 개발 선언으로 촉발된 이란의 핵 문제는 유엔 안보리 회부 결정으로 악화되고 있고 나이지리아의 반군들에 의한 원유생산시설 파괴도 계속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어려운 수급 여건 아래서 이란 핵문제와 나이지리아 석유 공급시설에 대한 테러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올해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며 "수급이 안정되지 않은 시장에서 작은 사건들도 곧바로 석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고유가 한국경제 압박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국제유가는 경기 하강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는 세계 경제성장을 둔화시켜 우리의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내수를 위축시켜 성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큰 압박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산자부는 지난 5월 `에너지정책 성과분석 및 향후 전략' 보고서에서 두바이유 가격이 연평균 75달러에 달하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9%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0%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국제유가가 작년 평균보다 30% 상승해 배럴당 65달러선에 이르더라도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0.51%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현재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61.91달러지만 월 평균 추이를 보면 5월 65.20달러, 6월 65.24달러, 7월 68.94달러 등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고유가가 지속되면 정부가 장담하고 있는 5% 성장이 힘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승은 둔화 여부를 놓고 논란을 낳고 있는 최근 경기흐름에 더욱 부담을 줄 것"이라며 "둔화가 되지 않는다는 측의 논거는 대외경제여건이 악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한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조금 더 부담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두바이유 70달러는 상반기 유가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은 아니지만 한 번 깨지면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상징적인 선이라 부담스러운 것"이라며 "배럴당 70~80달러는 경제가 버틸 수 있는 한계수준이고 80달러까지 오를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제대로 나타나 경기가 급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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