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이유없이 짜증내는 그녀 이유있다

'월경전 증후군'<br>미네랄 부족하면 많이 발생<br>알코올·카페인, 증상 악화시켜<br>심하면 항우울제 등 약물 치료

생리전 우울감, 통증 등을 유발하는 월경전증후군(PMS)및 월경전불쾌장애(PMDD)를 당연한 증상으로 여기고 방치할 경우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고 우울증 등으로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회사원 최미진씨(29ㆍ가명)는 얼마전 남자친구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 평소 순한 성격인 최씨는 생리 때만 되면 며칠 전부터 짜증이 늘고 안절부절 못하며 툭하면 우는가 하면 공격적으로 변해 남자친구와도 자꾸 싸우려 들곤 했다. 최씨는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월경전불쾌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꾸준한 상담을 통해 생활습관을 개선했더니 스스로는 물론 주변에서 느낄 수 있을 만큼 증상이 완화됐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바이엘쉐링제약이 15~49세의 국내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명중 1명(34%)이 월경전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증상경험 여성의 80%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생리전 각종 증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월경전증후군 또는 월경전불쾌장애의 경우 무조건 참는 것보다는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실시한다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월경전증후군 적절한 치료받아야=많은 여성들은 매달 ‘그날’이 다가오면 이유없이 우울해지거나 짜증과 신경질이 늘어난다. 이를 보는 남편 또는 남자친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생리 때문에 겪는 여성들의 질환은 크게 월경전증후군과 월경전불쾌장애 2가지로 나뉠수 있다. 월경전증후군(PMS, Premenstrual Syndrome)이란 생리가 있기 4∼10일 전부터 각종 신체적, 정신적 이상 증상들이 나타났다가 생리의 시작과 함께 호전되는 것을 말한다. 증상은 크게 신체적, 정신적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적인 증상으로는 유방 통증이나 팽만감, 복통, 관절통, 근육통, 부종, 체중증가, 여드름, 변비, 설사 등이 있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증상 정도는 매우 다르다. 정신적인 증상으로는 우울증, 피로, 신경과민, 도벽, 충동성, 집중력 상실, 기억력 및 인지력 장애 등이 있다. 안절부절 못하거나 이유 없이 초조하고주위 사람들에게 이유 없는 적개심을 느끼기도 한다. 월경전불쾌장애(PMDD, 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 월경전증후군을 말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치료가 필요한 단계다. PMDD환자의 경우 우울증, 무력감, 자책감 등이 생기며 심한 경우 도벽이 생기거나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월경전증후군은 생리 주기로 인한 신체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월경을 앞두면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은 줄어들고 프로게스테론이 늘어나는 등 호르몬 균형이 평소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나 비타민 E 등이 부족한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많은 여성들은 월경전증후군을 치료가 필요없는 당연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엘쉐링제약의 ‘한국 여성들의 월경전증후군 및 월경전불쾌장애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경전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여성 중 병원을 찾은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의사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는 ‘월경전증후군은 자연스러운 증상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월경전증후군은 한 번 생기면 폐경 때까지 증상이 지속되며 우울증 등으로 악화될 수 있는만큼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어 어머니가 월경전증후군이 있는 경우 딸 역시 같은 증상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 식생활개선 효과 없으면 약물치료도 고려 전문의들은 월경전증후군을 예방 및 완화하려면 식생활 습관의 개선이 먼저라고 말한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허창규 박사는 “월경전증후군은 한 두 번의 치료로 완치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 등 평상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알코올과 카페인은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금해야 한다. 알코올은 피로감과 우울증을 심하게 하며 카페인은 긴장과 짜증을 높일 수 있다. 담배 역시 끊는 것이 좋다. 너무 짜거나 달게 먹는 습관을 피하고 단백질,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속이 비면 혈당이 떨어져 호르몬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공복 상태가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한다. 스트레스 역시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므로 관리가 중요하다. 산책, 심호흡, 마사지, 따뜻한 목욕 등으로 긴장을 덜어주면 증상이 가벼워질 수 있다. 일주일에 4~6회 30분정도 에어로빅을 하는 것도 좋으며 요가처럼 심신을 안정시키는 운동도 좋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 및 수면을 취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생리 기간동안 8시간 정도 충분하게 잠을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자신의 생리전증후군 증상패턴을 체크해 언제가 가장 심한지 확인한 후 중요한 행사나 약속은 스트레스가 심한 생리기간이 지난 후로 가급적 미루는 것이 좋다. 식생활 개선으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 약물 등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월경전증후군 증상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항우울제를 복용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불안ㆍ초조감ㆍ신경과민 등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는 가벼운 신경안정제나 진정제가 도움이 된다. 관절통, 복통 등의 신체적 증상이 심한 경우 진통제가,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를 매번 경험하는 여성에게는 이뇨제가 처방되기도 한다. 배란을 억제하기 위한 피임약 등의 약 복용으로 증상을 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가진단에 따른 약 복용은 금물.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거친 후 약의 종류와 복용량, 시기 등을 조절하며 복용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월경전불쾌장애 개선효과가 있는 피임약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월경전증후군을 겪는 여성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 몸과 마음을 편안케 하는 ‘이완치료’나 ‘심리치료’ 및 침술도 증상개선에 사용되고 있다. (도움말=손인숙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두석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영식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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