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0월 7일] 한-러 통상협력 새 지평 열자

러시아는 1억4,000만여명의 인구와 지구 육지 면적의 8분의1에 해당하는 광활한 영토가 있다. 지하자원도 확인매장량 기준으로 천연가스 세계 1위, 석탄 및 철광석 2위, 니켈 3위, 금 4위를 비롯해 우라늄ㆍ동ㆍ석유 등도 모두 세계 10위 안쪽이다. 최근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이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가재정이 탄탄해졌고 특유의 국가자본주의 모델이 작동돼 산업기반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6~7%의 실질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5년 새 2배로 증가, 지난해에는 9,000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가전 및 소비재 제조기반이 아직 취약해 소비재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보완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한ㆍ러 양국 간 교역은 연평균 40%대의 유례없는 초고속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90년 수교 당시 9억달러에 불과하던 교역액은 2007년 150억달러로 증가했고 올해는 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의 대러시아 투자도 2006년 1억달러에서 2007년 2억2,000만달러로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도 1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ㆍ러 양국은 기술면에서도 상호보완적이다. 러시아는 우주항공ㆍ광학ㆍ금속ㆍ소재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고 한국은 자동차ㆍ조선ㆍ전자ㆍ철강ㆍ석유화학 분야의 높은 상업화 제조기술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부품소재산업, 글로벌 마케팅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장점을 잘 결합하면 새로운 산업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업체들의 휴대폰 안테나의 소형화, 압축기가 필요 없어진 김치냉장고,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에어컨, LCD유리 레이저 절단기 개발 등에는 이미 러시아의 기술이 사용됐다.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려면 러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한국전용공단 조성, 패키지 방식의 대형 개발프로젝트 등을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양국 간 상시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 민간이 단독으로 하기 어려운 교류기반의 틀을 확대해가야 하며 기업들도 질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러시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안목의 공격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제 러시아시장도 제품만 있으면 팔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시장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어 마케팅 강화, 생산거점 및 유통망 구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없을 경우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러시아를 투자유치 대상국으로서 재인식해야 한다. 러시아 국부펀드는 2,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양국의 협력을 강화해 러시아의 한국 투자를 이끌어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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