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中 '공조' 멀어지고 '갈등' 최고조로 치닫는다

■ 달라이라마 美 공식방문<br>美 '중국껴안기' 별소득 없자 對中 전략 변화 가능성 주목<br>언론들도 "올바른 방향" 평가<br>위안화 절상 압력도 높아져 경제회복 '협력' 어려워질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면담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공조체제를 띠어왔던 미국과 중국은 경제회복 국면에서 점차 협력과 반목을 반복하고 있어 '갈등'은 계속 늘어나고 '공조'는 어려워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인도 다람살라를 출발한 달라이라마가 워싱턴DC에 도착한 가운데 전세계의 이목이 두 사람의 만남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 측을 의식해 18일 면담을 사적 만남으로 규정하고 집무실 오벌 오피스가 아닌 맵룸에서 비공개 회담을 연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의 티베트 문제에 관한 기본 입장이 "공개 거론을 삼가라"임을 감안할 때 양국의 대립이 더 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방중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라마와의 면담을 거절했을 당시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미국 언론들은 이번 면담을 앞두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전면 선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사람의 만남은 오바마 정부의 잘못된 중국 정책을 수정할 절호의 기회"라며 "이번 만남이 정치ㆍ경제적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티베트와의 친밀도를 과시했던 조지 W 부시 정권과의 차별성을 위해 무조건적인 '중국 껴안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실제 기후변화협약이나 위안화 절상 등 미국 측의 현안에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오바마의 무역기조를 보호무역주의로 규정하고 가금류 관세 부과 등으로 맞서며 지속적인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도 양국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대(對)이란 제재 등과 뒤얽혀 충돌을 빚었다. 반면 미국은 티베트 문제에 대한 영향력만 잃고 말았다는 것이다. WSJ는 "티베트 문제는 미중관계의 핵심 키워드가 아니라 미국이 작동 가능한 여러 카드 중 하나"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관계를 수정해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중국의 경제성장 정책으로 티베트 경제성장률이 지난 2001년 이후 십여년간 170%나 성장했지만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치중해 중국과 한족 이주민의 기업들만 혜택을 입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많다"는 내용의 친티베트성 기사를 게재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라마와의 만남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독특한 상징성에서 찾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강화된 중국의 영향력은 지난해 4월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확연히 드러났고 그 핵심에 티베트가 있었다. 당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티베트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에 비판적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찰스 황태자 등을 침묵시키며 국제사회에서 '티베트 문제 용인'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얻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라마 접견은 이에 대한 용인을 다시 뒤집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정서는 올해 개최된 첫 번째 주요 국제회의였던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도 확인됐다. 선진국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중국을 주요2개국(G2)으로 부르는 데 동의해왔지만 정말 그럴 만한 위상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신흥국들의 입지강화에 비로소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관계는 대립과 공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WSJ는 이날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에 따라 미국이 4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됨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위안화 절상 압력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세계 1위 미국 국채 보유국이던 중국은 지난해 11~12월 두 달 연속 보유 규모를 줄여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인 미국의 니미츠호(CVN 68)의 홍콩 입항을 허용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친중파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 '인권'에 기반한 무조건적인 '중국 때리기'는 점차 자리를 잃는 분위기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최근 들어 인도와의 관계강화에 적극 나서며 인도와 티베트 국경선을 마주한 중국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중국이 티베트 난민이 집결할 가능성이 있는 네팔과 국경선 공조를 선언하며 관계강화에 나서 남부 아시아를 '뒷마당'으로 여겨온 인도를 자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다. 중국은 12일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반대 성명을 마지막으로 춘제(春節ㆍ음력설) 연휴 기간인 18일(현지시간) 오전까지 이렇다 할 공식반응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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