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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빚이 왜 갚아도 갚아도 없어지지 않는 걸까요."
"매일 같은 시간에 걸려오는 독촉전화 때문에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떨립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에 대해 행정력을 총동원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하면서 불법 사금융과 금융사기 실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사채 피해에 대한 영화 '화차'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포스러운 악덕 추심행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있는 터. 대통령 발언 이후 총리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긴급조치'에 준하는 대책을 내놓기 위해 눈에 띄게 부산해졌고 관련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눈길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불법사금융 피해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통계에도 익히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7~2008년만 해도 한 해에 3,000~4,000건 정도 접수되던 상담건수가 2009년 6,114건으로 5,000건을 넘더니 ▦2010년 1만3,528건 ▦2011년 2만5,535건 등으로 매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 고금리 사채, 불법추심 등 불법 사금융과 금융사기가 더 판을 치는 것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데다 지난해 6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최고이자율이 39%로 낮아지자 대부업계의 영업이 눈에 띄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대부업법에 정한 최고이자율은 2002년 10월 66%에서 2007년 10월 49%로 대폭 낮춰진 후 5%포인트씩 두 차례에 걸쳐 인하돼 현재는 39%다.
실제 등록 대부금융업체 수는 2003년 1월 5,794개에서 2007년 9월 1만8,195개로 3배 이상 급증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월24일 현재 1만2,402개까지 쪼그라들었다. 7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법정이자율을 과도하게 낮추다 보니 대형사만 겨우 영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합법적인 대부업자가 감소하면서 서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병원비 등 생계형 급전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2월 서울시 강남구청이 러시앤캐시 등 대형 대부업체 네 곳에 6개월 영업정지를 통보하면서 그나마 이자 상한선을 지키며 영업하던 대형 업체마저 손발이 묶였다. 70개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지난해 3월 23.5%에서 2월 현재 14.9%까지 떨어졌다. 즉 카드사ㆍ저축은행으로부터 거절당한 뒤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고 미등록 영세업체로 옮겨가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대부업체의 한 관계자는 "결국 법을 지키며 영업하는 것이 더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굳이 제도권 안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대부업체를 통해 급전을 해결하지 못하는 서민층이 금융사기 유혹에 더 쉽게 속아넘어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부업체가 음성화되면서 연 100~200%인 초고금리 사채를 이용하거나 불법추심으로 안정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무등록업체에 대한 단속과 처벌 수위가 약하다 보니 적발되면 벌금 조금 내고 말겠다는 업체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법 금리규제 등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고금리 사채, 불법추심, 금융사기 등으로 다수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오는 4ㆍ11총선이 끝나는 대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는 한편 이달 중 총리실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불법 대부업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고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공개를 확대해 사금융 수요를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총선을 앞둔 보여 주기식 대책에 그칠 경우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대부업체를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채업자에 대한 대대적 소탕작전은 결과적으로 돈이 필요한 서민층에도 도움은커녕 돈줄 자체를 아예 말려버리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