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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증시, 역사에 길을 묻다




혼돈의 증시, 역사에 길을 묻다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 '악마는 항상 뒤쳐진 사람을 잡아 먹는다.(devil takes the hindmost)' 요즘 증권가에서는 뒤늦게 달리는 말에 올라탄 투자자들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시계를 딱 일년 전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하고 땅을 치고 후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또 지독한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지쳐 나가 떨어지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선례를 찾기 어려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선뜻 믿지 못하고 이 위기도 결국은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도 피부에 와 닿질 않는다. 그러나 시계를 훨씬 더 뒤로 돌려보면 유사한 형태의 금융위기와 증시 침체는 수 백 년전부터 반복돼 왔다. 지난 주말 급등장세는 급락장이 끝았다는 신호탄일 지 모른다. 멀리 갈 필요 없이 국내에서는 IMF 사태가 10년 전에 벌어졌다.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주식시장은 다시 깨지기 쉽지 않은 기록을 고스란히 남겨 놓았다. 그러나 결국 주가는 다시 IT 버블 붕괴를 딛고 대세상승을 이뤄냈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대부조합 사태, 블랙먼데이, 대공황과 같은 굵직한 위기를 겪으면 증시가 침체의 수렁에 빠진 바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도 대대적인 정부 개입과 투자자들의 회복을 얻기 위한 상당한 시간이 흐르자 '봄'이 다시 돌아왔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부동산 버블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닛케이225지수는 1989년12월 3만8,957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급전직하해 지난 20년간 단 한번도 3만을 재탈환하지 못했다. 이번 침체장이 어떤 극복 과정을 거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 번엔 뒤쳐지지 않기 위해, 이번이 처음도 끝도 아니라는 위안을 얻기 위해, 다시 한번 과거 금융위기와 주식시장이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큰 재산이 될 것이다. 』 ● "각국 공조로 前보다 회복 빠를것" '패닉→구제→반등→실물 침체로 재하락' 현 위기상황 과거 패턴과 일맥상통 지난 수백년간 자산가격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는 전세계에서 수차례 반복돼 왔다. 요즘 금융위기와 많이 비견되는 사례는 미국의 대공황, 블랙 먼데이와 같은 대표적인 증시 폭락사태다. 또 부동산 가격 거품과 붕괴로 발생한 위기라는 점에서 미국 대부조합사태,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자주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가장 최근 경제 위기였던 IMF사태가 한국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건이다. ◇과거 금융위기 '일맥상통' = 과거의 금융위기들의 배경과 대처,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물론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패턴으로 전개됐다. 우선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자산(주식ㆍ부동산) 가격의 버블, 과잉 투자로 인한 경기 호전, 금리인상, 버블 붕괴, 부실금융기관 양상 같은 시나리오다. 이후에는 대대적인 금리 인하와 국유화가 진행되며 사태가 진정되면 이후에는 본격적인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1980년대 미국 대부조합 사태와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84년8월부터 86년8월까지 기존 11.75%에서 5.88%까지 금리인하가 진행되면서 버블형성의 토대가 마련된다. 주택가격은 82~89년 약 50% 가량 상승하면서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 채권이 증가했다. 결국 금융기관 도산이 증가하면서 실물경기 침체와 인플레가 합쳐진 스테그플레이션이 전개됐다. 일본 역시 저금리로 인한 버블이 형성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모두 1980년대 급등세를 나타냈다. 또한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과잉설비투자가 이뤄지면서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부실도 심화됐다. 결국 버블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해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으로 진입했다. ◇반등은 있었다. 그러나...=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반등이 있었다.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인한 반(反) 시장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패닉 상태에 빠졌던 증시가 기술적 반등과 함께 안도랠리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대부조합 사태의 경우 부실 대부조합을 정리하기 위한 RTC(정리신탁공사)가 89년 8월에 만들어진 이후 급한 불은 껐지만 실물경기 침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부장은 "정리신탁공사가 세워진 후 6개월 이후에나 진바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부실이 정리되면서 블랙먼데이와 대공황의 주가 추이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1980년대 블랙 먼데이는 발생이후 1년 여간 횡보성 약세장을 펼치다가 이후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서며 주식매수의 호기로 작용했었다. 그러나 대공황의 경우는 주가 폭락 이후 정부의 각종 조치로 증시가 베어마켓 랠리를 보이다가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주식시장에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이후 더 큰 폭락이 있었다. 이같은 주가 추이는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한국 IMF 사태이후 주가와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와 함께 주가가 폭락한 이후 약세장 속에서도 잦은 베어마켓 랠리가 진행됐지만 결국 2000년 이후 실물경기에 대한 본격적인 반응이 진행되면서 전저점보다 주가가 더 아래로 내려갔다. IMF역시 마찬가지다. 구제금융 실시 이후 안도랠리가 반짝 진행됐으나 결국 진짜 바닥은 한참 이후에나 나타났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는 주식시장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실물경제로 전이가 본격화되면 더욱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과거와 다른 점도 많다= 과거의 극단적인 금융위기 사태와 유사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각국 정부가 신속하게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냉전시대와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했던 시점으로 각국 정부의 공조가 불가능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맞서 각국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이후 정부의 뒤늦은 대처가 회복기간을 더디게 했다는 지적이 많다. 1989년말 버블이 터지고 난 이후에도 일본 금융기관들이 부실상각 처리에 미온적이면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역시 늦어졌다. 위기가 발생한지 10년 가까이 지나서야 21개 은행에 대해 1조8,000억엔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부실은행들이 국유화 되는 최후의 조치가 취해졌다. 이경수 토러스증권 팀장은 "최근 금융위기에는 발생한지 1년 이내에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각국 정부의 동시다발적인 금리 인하, 통화 스와프를 통한 유동성 공급 등의 조치가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다"며 "일본 사례에 비해서는 훨씬 더 침체장이 짧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금융위기의 정점은 금융부실보다는 그 후속타격인 한계기업 중심의 부도율이 정점에 도달할 때가 최악의 상황"이라며 "이번 금융위기 역시 최악의 상황이 언제 오느냐가 주가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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