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클래식은 물론 국악ㆍ현대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재독 작곡가로 대관령국제음악제 개막곡인 '타령Ⅵ'을 작곡한 박-파안 영희(Younghi pagh-paanㆍ66ㆍ사진)씨는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개성과 한국이라는 2개의 단어로 규정했다. "한국적 정서를 알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현대음악 작곡가로서의 제 개성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한국민이 경험했던 가난과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했던 정신적 자산이 제 음악세계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자신의 특이한 이름에 대해 "비파 파(琶), 책상 안(案)을 박이라는 성 뒤에 붙여쓰고 있는데 '책상 위의 비파'처럼 끊임없이 음을 생각하는 작곡가가 될 것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약속과 의지를 담아 지은 예명"이라고 소개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현대음악계에서는 유명하지만 국내에 상대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그를 대관령국제음악제에 공식 소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명화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다. 박씨는 "정명화 교수가 지난해 말 이번 음악제에서 연주할 곡을 요청해 내가 가지고 있는 60여곡 가운데 몇 곡을 추천했더니 '타령Ⅵ'과 '만남'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타령Ⅵ은 공식 개막일인 오는 28일 아시아 초연으로 연주되며 29일에는 박씨의 대표곡인 만남을 선보인다. 청주 출신인 그는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유학했으며 지난 1977년 스위스 보스윌에서 열린 세계작곡제에서 '만남'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를 세계 무대에 데뷔시킨 '만남'은 신사임당의 시 '사친(思親)'의 시구를 각 타이틀마다 사용한 곡으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았다. 첼로가 현을 뜯으며 높은 음과 낮은 음을 구사해 장구 역할을 맡고 비올라ㆍ바이올린ㆍ클라리넷이 첼로의 중심 음을 향해 연주된다. 오프닝곡인 타령Ⅵ은 플루트ㆍ클라리넷ㆍ바이올린ㆍ비올라ㆍ첼로 등 5개 악기와 함께 북이나 종ㆍ나무조각 등 여러 재료를 활용한 타악기를 통해 한국 전통의 지신밟기와 장터의 흥겨운 풍경을 표현하면서 이채로운 그만의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박씨는 독일 브레멘국립예술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내에 현대음악연구소를 설립했으며 3월 정년퇴직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