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내 이름은 '하인수'

얼마 전 전국적인 열풍 속에 온 가족을 안방으로 불러모았던 한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언뜻 보면 신데렐라 만들기식 구조를 지닌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작가의 세심한 문장과 주인공의 톡톡 튀는 연기 등으로 인기리에 종영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2006년 NFL 슈퍼볼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 프로 풋볼선수 하인스 워드(Hines Ward)의 방한과 함께 일명 ‘하인스 신드롬’에 빠졌다. 흔히 혼혈아로 불리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단아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으며 혼혈인 연예인으로 성공한 인순이ㆍ윤수일씨 등도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사회 각층에서는 관련 세미나가 열리고 이제라도 그들을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와 같은 한국인으로 바라보자는 시각도 보편화하고 있다. 그가 지난 5일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장을 받으며 눈물을 흘린 사진 한 장은 언론계 톱뉴스로 장식됐고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이제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처음에 말한 드라마를 보면 이름이 촌스럽다고 놀림을 받은 삼순이가 택시 안에서 울자 택시기사가 “왜 울어요? 누가 이름 가지고 놀려요? 삼순이만 아니면 되지”라는 장면이 있어 박장대소를 자아냈는데 드라마 속 삼순이는 이름과 상관없이 주위의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잘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제목 또한 ‘내 이름은 김삼순’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 워드도 30년이라는 세월의 질풍노도를 이겨내며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재탄생했다. 이제 우리는 그가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 이름을 선물했으면 한다. ‘내 이름은 하인수’라고. 그의 방한(訪韓)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각과 편견을 바꿔놓는 좋은 계기라는 점에서 정말 박수받을 만한 일이지만 그가 떠나고 시간이 흘러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든다. 워드가 떠나도 한국인 ‘하인수’를 생각하자. 그리고 그를 비롯해 이 시각에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혼혈인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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