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소방수 자처한 김종훈 본부장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논리 개발<br>일부선 "새 시한폭탄 주인공" 우려도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김종훈(56) 통상교섭본부장이 소방수로 전격 등판했다. 통상분쟁을 각오하며 김 본부장이 미측과의 합의문과 달리 ‘미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카드를 개발해 여론 수습의 선봉에 나섰지만 통상 수장이 ‘시한폭탄’을 제조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미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지할 것”이라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또한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각각 밝혔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의 발언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의 ‘국민건강에 위협이 되면 수입중단 등 예외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양자협상보다 우선적 지위를 갖는 다자 간 무역규정인 가트의 이 조항을 찾아낸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짓는 등 국내 최고의 협상 전문가인 김 통상본부장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 본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제네바대표부 공사도 역임했다. 교섭본부 직원들과 6일 저녁 늦게까지 연쇄회의를 하며 김 본부장은 가트 20조를 적용해 한미 쇠고기 합의문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광우병 발생시 (GATT 조항에 따라) 수입교역 중단 등 예외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며 “조치 발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주변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해 미 쇠고기 파동 이후 능동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하다 처음으로 ‘내세울 만한 전략’이 나왔다고 평가하지만 일각에서는 ‘검투사’로 불리는 김 본부장의 강성 스타일이 또 다른 시한폭탄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이라는 가정을 단 대응책이 실제 미국에서 현실화해 우리 정부가 한미 쇠고기 합의문을 무시하고 수입중단에 나서면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규영 민주당 외교통상 전문위원은 “가트가 국제사회의 다자 간 규정이기는 하지만 모든 통상협정을 구속할 수는 없다”며 “쇠고기 합의문을 위반하는 사태가 현실화하면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보복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미측에서 우리 입장을 이해해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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