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글로벌 식량위기에 '속수무책'

농업살리기에 200兆 쏟아부었는데…<br>'식량자원주의' 급속 확산속 곡물자급률은 계속 하락


지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200조원 이상의 돈을 농업 부문에 쏟아부으며 농업경쟁력 강화에 나서왔지만 글로벌 식량위기라는 현실 앞에 한국은 속수무책의 취약성만 드러내고 있다. 국제곡물 가격 폭등으로 점화된 ‘식량자원주의’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식량수입 대국인 한국으로서는 돈을 주고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국제적인 곡물파동은 에탄올 생산에 따른 옥수수 수요 증가, 중국 등의 육류소비 급증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안정적인 식량확보와 경제안정을 이루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농업을 육성하고 민ㆍ관이 함께 해외농업 개발을 추진하는 등 식량안보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농림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 목표치는 1990년 43.1%에서 2006년 현재 28%, 오는 2015년에는 2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쌀과 밀 등 주식 자급률은 현재 68%에서 54%로 하락한다. 농가 경쟁력 저하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영세농가 비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전체 농가에서 농지면적 0.5㏊ 미만의 영세농이 차지하는 비중은 UR가 타결된 1993년 28.3%에서 지난해 39.8%까지 올라섰다. 1993년부터 2006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약 2.5배 증가하는 동안 농림업 생산액은 48.4%의 저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데 그치고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3%에서 3%로 반감했다. 문민정부가 농어촌구조개선작업으로 42조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농어촌투융자계획으로 각각 45조원과 119조원 등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0년 동안 20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생산주체 육성과 구조적인 개선에는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무엇보다 당장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 식량위기 문제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해외농업개발포럼’을 구성하는 한편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청보리 재배면적을 10배 이상 늘리는 등 안정적 식량 공급원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해 안정적인 식량공급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는 "10여년 전부터 식량안보 문제가 제기돼왔는데 이제 와서 부랴부랴 대응한다고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다"며 "성급한 대책마련보다 돈만 있으면 식량 문제는 해결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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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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