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최근 유가급등 충격 현실화

원가부담 중기엔 치명적 경제 악영향<br>6월 원재료·중간재값 하락반전 전망도

원재료ㆍ중간재 가격 상승률이 IMF 외환 위기와 2차 오일 쇼크 당시와 비슷하다는 것은 최근의 유가 상승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달 들어 유가의 날카로운 상승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 상승이 무서운 것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까지 덩달아 자극하기 때문. 유가 상승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두바이유가 배럴당 35달러로 오르면 쌀값은 지금보다 0.7%, 마늘은 2.13%, 양파는 1.56%, 과실류는 0.27%, 배추는 0.3% 오른다고 분석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비료나 농약 등 농업원가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유가가 오른 뒤 6개월∼1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게 보통이다. 원재료ㆍ중간재 가격 폭등 소식은 가뜩이나 하반기에 담뱃값, 택시비, 버스비, 소포요금 인상이 예정된 상태에 나온 것이어서 물가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살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어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뜻이다. 또 원재료ㆍ중간재 가격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모두 전가되지 않더라도 그 부담이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원가부담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게 치명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지고 계약기간이 대기업보다 짧아 원자재 등의 가격상승요인에 따른 부담을 더욱 크게 받기 때문이다. 최근 원재료ㆍ중간재 가격 상승의 주요인인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향후 상승률이 지금과 같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이다. 김성용 한국은행 물가통계팀 과장은 “국제유가의 급등과 5월중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상승 등의 영향으로 원재료ㆍ중간재 물가가 크게 올랐다”면서 “그러나 6월 들어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원유가 현물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원재료ㆍ중간재 물가지수가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도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다소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안요인은 가시화하지 않았을 뿐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아직까지 소비자 가격이 들썩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이 비용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이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재료 값이 계속 오르면 결국은 소비자 물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대한항공ㆍ아시아나가 항공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도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가공 단계별로 비용 상승요인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 물가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이는 하반기 물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현재로서는 아직 소비자 물가 지수가 높지 않지만 미리 하반기 물가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