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검찰 '똥볼' 차지 않기를

[기자의 눈] 검찰 '똥볼' 차지 않기를 이혜진 기자 검찰의 현대차 수사 드리블이 골문 직전까지 도달했다. 약 3주 전 일요일 검찰은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ㆍ현대오토넷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13일 검찰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규모와 조성 경위에 대한 규명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렇게 이른 시간 안에 재벌 수사를 마무리지은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자찬했다. 자찬만이 아니다. 검찰 안팎에서도 "재벌 수사에 약했던 과거의 검찰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전격 압수수색 이후 하루에 두번씩 기자들을 상대로 수사 상황 브리핑을 할 정도로 속도와 성과가 겸비된 수사를 진행해왔다. 김재록씨의 현대차 양재동 사옥 인허가 로비로부터 시작된 현대차 수사는 글로비스ㆍ현대오토넷 등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규모와 경위,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부의 축적과 이전에 대한 의혹 규명 등 속도감 있게 이뤄졌다. 상대방을 꼼작 못하게 하는 현란한 드리블 기술도 발휘됐다. 현대차 선수들은 제대로 된 수비 한번 못해본 채 그야말로 완패를 당할 지경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격 출국하자 검찰은 언론을 통해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혐의가 늘어날 것"이라며 연일 압박해 결국 정 회장을 귀국시켰다. 검찰은 지난 3주간의 현란한 드리블 끝에 드디어 골문 앞에 섰다. 검찰은 다음주 정 회장 부자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국민들은 검찰의 과거 전적이 떠올라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 비리사건이다. 검찰은 '미스터 쓴소리'로 칭송받던 박용성 회장과 그 일가가 회사돈을 빼내 자기 돈처럼 쓰고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 등에 대해 꼼꼼하게 밝혀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이라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받았으며 1심 재판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X파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 수사에서도 검찰은 '약한 모습'을 보였다. 골문 앞에서 검찰은 이제 경제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주문을 명심해야 한다. 현란한 드리블 이후에 '똥볼'을 차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입력시간 : 2006/04/13 16:4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