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飛上하는 중국 미술] <상> 中세계 예술의 중심을 꿈꾼다

中 미술품에 서구관심 집중속 亞 최대시장 형성<br>지우창 등 예술특구 세계화랑 모여 "시너지 효과"


섬광이 터져 나오는 곳은 경제만이 아니다. 문화, 그 중에서도 미술-세계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문화의 불꽃이 지금 미술을 통해 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다.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동한 현대 미술의 중심이 지금 일부 베이징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주장은 그런 면에서 귀 기울일만 한 측면이 있다. 과열 양상으로 비쳐지기도 하는 중국 현대 미술, 그 현주소와 앞날을 진단해보고 아울러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화랑업계의 성공 가능성도 함께 타진해본다 베이징 텐안먼 광장을 출발해 자동차로 도심을 지나다 보면 마천루들이 고속 질주하는 중국 경제 발전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빌딩숲을 지나 30여분을 지나면 포장도 제대로 되지않은 허름한 지역으로 접어든다. 70년대 한국의 공업단지를 연상시키는 곳. 바로 최근 세계 미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 현대 미술의 본거지 다산쯔(大山子) 798 예술지구다. 다산쯔는 텐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구분한 5환선(還線) 중 4번째 원(4환선)에 자리하고 있으며, 같은 4환선에 또 다른 예술지구인 지우창(酒廠)도 위치하고 있다.두 지역의 공통점은 철거된 공장지대라는 점. 다산쯔는 옛 동독이 조성한 군수 공장이었으며 지우창은 과거 양조장이 밀집된 곳이었다. 지금 이곳 3만평 규모 다산쯔에 한국계 화랑‘이음’을 비롯해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 등 20여개국 100여개의 화랑들이 둥지를 틀었고 앞으로도 많은 화랑들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작가들의 작업실도 200여개가 자리하고 있다. 다산쯔보다 늦게 출발한 지우창에는 지난해 말부터 아라리오, 표, 문 등 한국화랑 3곳을 비롯해 프랑스, 홍콩, 일본 화랑 15곳이 화랑을 열고 중국중앙미술학원 출신 작가들이 모인 작가들의 작업실도 개장,‘제2의 다샨쯔’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당장 이달 한달간 열리는‘제 4회 다산쯔 국제예술축제’만 해도 세계의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술ㆍ영화ㆍ공연 등을 펼치며 지역의 예술적 지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난한 화가의 거리에서 ‘보보스’ 촌으로 변한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이나 전위예술의 전진 기지였다가 화랑과 명품 숍의 전시장이 된 뉴욕의 소호처럼 다산쯔도 어떤 변신을 할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중국 미술, 세계로! 세계로!=중국 현대 미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 6월 텐안먼 사태 이후부터. 천단칭, 왕두 등 당시 중국 공산당에 항거했던 화가들이 외국으로 도피ㆍ활동하면서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21명의 중국작가들이 소개되면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 4조억원으로 추정되는 아시아 최대의 미술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소더비, 크리스티 등 세계적인 미술경매회사의 경우도 최근 북경에 지사를 세우는 등 중국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른 미술품 투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처럼 중국 미술품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권선희 서울옥션 과장은“중국 작품은 서구의 현대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중국적인 현대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중국적 작품에 대해 서구의 관심이 집중되는 게 뚜렷한 추세”라고 말했다. ◇시장 형성의 주체 ‘3세대 작가군(群)’=지난 3월 뉴욕 소더비 경매사가 처음 마련한 ‘제 1회 한ㆍ중ㆍ일 현대미술 경매’전에 출품한 중국 작품 비율은 무려 89%. 무엇보다 최고가 상위 10위권이 모두 중국 작가 작품들로 채워지는, 말 그대로 중국 일색이었다. 현재 국제 미술시장에서 이처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현대 미술은 크게 3세대 작가군으로 나눌 수 있다. 1세대는 중국인민공화국 건국 전후기에 태어나 문화 대혁명기에 정치적 박해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세대. 작품은 민중의 순박한 삶에 관심을 가지며 서정적으로 그를 미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천이페이, 천단칭, 야쉬엔, 양페이윈 등. 제 2세대는 홍위병으로 소년기를 보내면서 정치적 사상교육을 강하게 받아 국가, 민족 등의 문제에 대한 관심과 책임의식은 지니고 있으나,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 경향을 띈다. 작가로는 중국 팝아트의 선도자 왕광이와 장샤오강, 팡리쥔, 위에민쥔 등이 있다. 제 3세대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로 정치체제의 변화로 가치관의 혼란과 정체성의 상실을 경험한 세대다. 대표적 작가로는 리유예, 정하오, 리유사오동, 정판즈, 지다춘 등을 꼽을 수 있다. 작품가 기준 지금까지는 제 1세대가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소더비에서 열린 경매에서 장샤오강의 작품이 최고가(한화 9억5,140만원)를 경신하면서 제 2세대의 대가들로 그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제 3세대는 작가층이 넓을 뿐 아니라 잠재력이 풍부하며 가격은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15년전 중국에 진출한 호주계 레드게이트 갤러리의 브라이언 월리스 대표는 “중국 현대 미술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시장이 워낙 큰 데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가가 많아 가능성은 앞으로도 여전하다”며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가격이 오른 작가들만 팔려고 하지 말고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