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고 기회 다시 오는가(사설)

한국경제에 엔고 찬스가 또 한번 오는가. 최근 엔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장기불황으로 무기력증에 빠진 한국경제에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가 지속, 엔·달러 환율이 지난 4월말 1달러에 1백27.09엔이던 것이 6월 11일 1백10엔대까지 떨어졌다. 최단 기간내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엔 강세 현상은 일본의 무역흑자 확대와 금리인상 가능성 등 때문이다. 일본의 무역흑자가 줄지 않고 미국의 경계심이 풀리지 않는 한 엔화 강세는 계속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초엔고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달러당 1백5∼1백8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엔 강세 행진의 영향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이 올라 1백엔에 8백원시대를 맞게 됐다. 1년 1개월만의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8백90원선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엔 강세는 우리 경제가 맞는 모처럼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수출활력과 경상수지 적자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구조로 보아 경기 회복의 견인역은 뭐니뭐니 해도 수출이다. 수출이 잘되면 경제전반이 좋아지고 수출이 안될때 경제가 어려워 진다. 수출의 지렛대는 환율이다. 특히 엔화의 변동이 수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엔고때 수출이 활기 있고 엔저때 수출이 어려워졌다. 과거 초엔고 시절 호황을 누리다가 95년이후 엔저로 돌아서면서 무역적자 경상적자의 확대로 경제위기를 맞았다. 이번에 찾아온 엔 강세는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주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강 자동차 조선 화학제품 등 수출주력품의 수출이 늘고 여행수지 개선에도 덕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에따라 침체경기도 원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금리 임금 부동산값 안정 등 희미하나마 고비용구조 개선기미와 맞물려 불황 탈출의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그러나 엔고가 기회 임에는 틀림없으나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활용을 못하면 오히려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나태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는 지난 엔고때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과거 2∼3차례의 엔고 호시절에 배짱이처럼 단물을 즐기고 취해 있었을 뿐 기술개발 품질개선 등 체질강화를 게을리해 왔다. 다시 엔저로 반전되고 불황기를 맞자 후회의 고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슈퍼 엔고시절 한국은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찬스를 맞았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에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으로 기술개발이나 생산성향상·품질개선 등 체질강화·구조개선 노력을 등한히 한채 시설확대·사업확장에만 치중해 왔던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기회를 흘려 보내지 말아야 한다. 언제 돌아서고 다시 올줄 모르는 엔고를 반짝경기로 끝내서는 안된다. 엔고효과를 극대화 하면서 구조개선 경쟁력 강화 노력을 가속화 시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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