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바마, 말 보다 빛난 '침묵의 추모'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지 나흘 만에 9ㆍ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설도 생략한 채 단 한번도 입을 떼지 않았다. 대신 헌화와 묵념으로만 9ㆍ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그라운드 제로를 찾았다. 그는 그라운드 제로 한복판에 심어져 있는 ‘생존자 나무(Survivor Tree)’ 옆에 빨강, 파랑, 흰 꽃들로 장식한 화환을 놓은 뒤 별다른 말 없이 묵념을 하며 9ㆍ11테러 희생자들을 기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침묵과 관련해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간 구조대원들과 테러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미국의 단합심을 기억하는 자리에서 어떤 말도 필요치 않았다”고 말했다. 헌화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라운드 제로 인근 맨해튼 역 주변을 돌며 9ㆍ11테러 유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넸다. 또 9ㆍ11 테러 당시 15명이 숨진 미드타운의 엔진 54 소방서를 찾아 소방관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곳은 10년 전 끔찍했던 날 비범한 희생을 보여준 상징적 장소”라며 “여러분의 형제들의 이름으로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9ㆍ11테러 당시 뉴욕 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와 함께 맨해튼 제 1경찰서도 방문했다. NYT는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는 단지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의의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그라운드 제로에는 많은 뉴요커들이 행사시작 두 시간 전부터 나와 성조기를 흔들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8년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 취임 후 이곳을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9월 그라운드 제로에서 예정된 9ㆍ11테러 1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찰스 슈머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 등 뉴욕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재임시 9ㆍ11테러를 겪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초대에 감사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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