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 19일] '미소금융재단'이 성공하려면

친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저소득층에게 소액금융 대출을 하는 ‘미소금융재단’ 설립이 추진된다. 신용도가 낮아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 빈곤층에 대해 일종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판 ‘그라민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2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창업자금 등을 무담보ㆍ무보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미소금융재단이 구체화될 경우 금융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신용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2월 출범하는 이 재단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나 남미의 ‘빌리지은행’을 NGO나 지역조합이 주도한 것과 달리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 기부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모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 기부금 1조원, 휴면예금 7,000억원, 은행과 증권사 기부금 3,000억원 등을 포함해 앞으로 10년간 2조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미소금융재단의 미래가 달린 셈이다. 현재 저신용자와 빈곤층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소액대출기관이 없다. 이들은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은 사금융 등을 이용해 많은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소금융재단의 탄생은 저소득 서민층에게 도움을 줄 것이 틀림없으나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퍼주기식의 무분별한 지원은 서민층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겨 재단의 부실을 낳고 기업의 참여기피로 이어질 우려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재단운영의 투명성과 신뢰가 있어야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대기업이 서민을 돕는 건 생산적 도움’이라는 취지를 구현하는 운영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만약 기업들이 마지못해 참여하는 분위기가 될 경우 준조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기부문화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소금융재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기부문화 정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빈곤층의 친구라는 평가를 받는 그라민은행이나 빌리지은행처럼 미소금융재단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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