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버냉키, 딜레마에

금리 올려 인플레이션 차단?<br>유동성 늘려 금융불안 해소?

버냉키, 딜레마에 금리 올려 인플레이션 차단?유동성 늘려 금융불안 해소?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8일(현지시간) 내년까지 은행에 대한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 듯하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대규모 자금이탈(capital flight)의 기미가 보인 것이 미국 금융기관의 신용경색 재연 조짐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버냉키 의장의 유동성 공급 발언은 시장 불안 해소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FRB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연내 금리인상을 골자로 하는 긴축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내년까지 돈을 더 풀겠다고 밝힘으로써 금융정책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강하게 노출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은행들의 신용경색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오는 9월까지 은행들에 개방하기로 한 프라이머리딜러대출창구(PDCF)를 내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미국 은행들에 신뢰를 줬지만 다른 한편으로 내년까지 월가의 신용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의 최근 발언을 짚어보면 물가가 상승하고 신용시장의 경색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금융정책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음을 읽을 수 있다. 7월 들어 뉴욕증시가 일제히 베어마켓(bear marketㆍ약세장)에 진입하는 등 금융시장의 동요가 지난 9개월간의 금리인하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FRB의 정책결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FRB는 지난 6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에 향후 정책방향의 무게중심을 둘 것을 시사했다. 연말쯤 금리인상을 단행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사실 현재의 거시경제 환경이라면 FRB의 금리인상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향해 급등하면서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FRB의 억제목표선 2%를 넘어 5월 말 현재 2.3%에 달한다. 반면 미국 경제는 당초 예상과 달리 1ㆍ4분기에 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월가 금융시장 환경은 FRB가 기대하는 대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 신호를 보내자마자 신용위기가 재발했다. 리먼브러더스가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국책 모기지회사인 프레디맥과 패니매의 유동성 위기설, 씨티은행과 메릴린치의 대규모 추가 상각 전망 등 월가의 두통거리가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뉴욕증시 하락은 신용위기가 최악을 벗어났다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로 돈줄을 죄도 시원찮을 판에 시장에 또다시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데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은행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은 법적 근거가 희박할 뿐만 아니라 투자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소지를 안고 있다. 마이클 바르 미시간대 법학교수는 “투자은행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은 FRB가 이들을 감시할 실질적인 감독권을 수반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 권한이 없다”고 꼬집었다. 상업은행은 FRB의 재할인율 창구를 상시 이용하는 대신 엄격한 감독을 받지만 투자은행은 자금지원을 받을 뿐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권구찬특파원 chans@sed.co.kr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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