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공장간 물량배정싼 勞勞갈등 극심

현대차는 '생산라인마다 별개 회사'<br>경영진도 제3자로 밀려 생산계획조차 못잡아



공장간 물량배정싼 勞勞갈등 극심 현대차는 '생산라인마다 별개 회사'경영진도 제3자로 밀려 생산계획조차 못잡아 김성수 기자 sskim@sed.co.kr '생산라인마다 별개의 회사.' 현대자동차 생산현장의 독특한 성격을 놓고 재계 주변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 표현에는 '현대차는 전체 회사의 운명보다는 공장단위의 운명이 훨씬 중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산라인의 운명'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담겨 있다. 현대차 울산 3공장은 최근 일감이 넘쳐 월 10회의 특근과 잔업을 실시한다. 일감이 충분한데도 3공장은 스포츠쿠페 BK(프로젝트명ㆍ오는 6월 출시 예정)의 생산물량 일부를 배정하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다. 반면 경영진은 BK 전용 생산기지로 상대적으로 일감이 적은 울산 4공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상식대로라면 울산 4공장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대차 경영진은 현재 3공장 노조원들의 반대에 밀려 생산계획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가 공장 간 물량배정을 둘러싼 이기주의적 마찰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차 투입 및 물량배정과 관련한 공장 간 이견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울산 1공장 노조원들의 부분파업을 계기로 공장 간 물량다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장마다 보다 많은 일감을 요구하다 보니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공장들에서는 노노 갈등의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공장단위의 첨예한 갈등과 마찰은 급기야 회사 경영진을 '제3자'로 밀어낼 정도다. 울산 3공장이 BK 물량 일부를 내놓으라고 회사 측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3공장 노조는 지난해 초 투스카니 물량 일부를 4공장에서도 생산할 수 있도록 사 측과 합의해줬다. 따라서 투스카니 후속인 BK를 3공장에도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이해가 갈리는 4공장으로서는 "5년째 일감부족으로 시달렸는데 BK 물량을 나누는 것은 부당하다"며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 2공장과 5공장도 에쿠스 후속 모델인 'VI' 물량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공장 노조는 생산 기득권을 인정해 후속모델도 당연히 기존 라인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5공장은 라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럭셔리 세단인 제네시스와 VI를 혼류 생산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 측은 이들 공장 사이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일과 4일 각 1시간씩 와일드캣(불법 부분파업)을 벌인 1공장도 표면적으로 사측의 근무시간 단축(하루 10시간→8시간)에 반발하고 있지만 속내는 지난해 2월 설치한 쏘나타 생산라인의 조속한 가동을 원한다. 1공장의 쏘나타 생산은 아산공장의 반대로 막혀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공장별로 투입되는 차종과 물량에 따라 직원들의 수입이 결정되므로 공장 간 이기주의를 일거에 해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면서 "전환배치 등 노사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기찬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가톨릭대 교수)은 "국내 자동차 공장이 전문화ㆍ세분화ㆍ차별화 전략을 추구하지 않으면 해외 공장이나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 노사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최소 2년에서 5년 이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