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 스토리】 이영규 웰크론 대표이사

"접대, 하지도 받지도 말자… 초심 되새기며 품질로 승부했죠"<br>안경닦이 보고 '극세사 클리너' 사업 결심<br>직원 복지유달리신경… 월급밀린적없어<br>'듀폰' 능가하는 섬유화학 기업으로 키울것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웰크론 이영규(51·사진) 대표이사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큼지막한 두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초심(初心)' 이 대표가 일부러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를 골라 직접 붙여놓은 단어다. 회사 설립 당시 자신이 세운 원칙을 결코 어기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이 단어를 볼 때마다 그의 뇌리에 되살아난다. 10여년 전의 다짐을 함축한 이 단어가 곧 그의 경영철학이자 인생철학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97년 웰크론을 설립하며 평범한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변신, 이후 예지미인과 한텍엔지니어링•강원비앤이 대표이사로 잇달아 취임하며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웰크론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기업이지만 창립 원년인 1997년 매출 28억원에서 10년여 만에 800억원대로 발돋움한 중견 섬유기업이다. 2007년에 인수한 여성 위생용품 제조업체인 예지미인과 올 들어 인수한 플랜트건설 전문업체 한텍엔지니어링을 합치면 올해 3사 통합 매출은 1,485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달 11일에는 보일러 생산업체인 강원비앤이의 전문경영인으로 선출돼 '1인4역'을 소화해내고 있는 경영인이 이 대표다. 대기업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가 4개사를 거느리는 분주한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 데는 선친의 영향이 컸다. 비누공장 사장이었던 그의 선친은 친구들이 부탁하면 거리낌 없이 보증을 서주고 어음까지도 빌려줄 정도로 사람이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에게 빌려준 어음에 문제가 생기면서 평온했던 집안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장은 순식간에 문을 닫았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선친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 대표가 사업가로서의 인생길을 계획한 것은 그 일이 계기가 됐다. 대학생이던 이 대표는 "경영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도 실추돼버린 아버지의 명예를 다시 살리기 위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1985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효성에 입사한 이 대표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띈 것이 일본 출장에서 발견한 안경닦이였다. 당시만 해도 의류용에 국한됐던 극세사가 안경닦이로 사용되는 것을 본 그는 '극세사 클리너'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사업 구상에 착수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하겠다는 아들을 어머니는 완강히 말렸다. 하지만 일년 동안 설득을 거듭하는 그의 고집을 어머니도 꺾지는 못했다. 그는 "절대로 아버지처럼 보증을 서지 않고 어음을 주고받지 않겠다는 원칙을 각서로 남기고 나서야 어머니도 못이기는 척 뜻을 따라주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에서 어음거래 없이 사업을 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1997년 웰크론 설립 당시 세웠던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어음거래 없이 사업을 하면 회사 규모가 커지는 데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절대로 망할 염려가 없다"며 "어음거래 없이 현금거래를 하면 싼 가격에 물건을 납품 받을 수 있으니 밑지는 장사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직원 복지에 유달리 신경을 쓰는 기업문화도 초창기 그가 세운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업 직전 이 대표는 경영수업을 위해 친구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대기업을 다니던 그의 눈에 비친 당시 중소기업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비참한 수준이었다. 사장들이 직원들 월급이 두세 달 정도 밀리는 건 예사로 생각하다 보니 직원들에게 의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 직원들을 보면서 사채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월급은 밀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 결심대로 웰크론 설립 이후 13년 동안 한번도 월급을 밀린 적이 없다. 직원 장학금과 자녀 학자금 제도 등 직원 복지에도 일찌감치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 대표는 "2,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직원들이 생활을 걱정하지 않아야 회사 일에 더 힘쓸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접대는 받지도, 하지도 말라'는 원칙 역시 창업 이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접대를 하면 제품 단가가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고 반대로 접대를 받으면 제대로 된 제품을 납품 받지 못해도 뭐라고 할 수 없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원칙이다. 오직 품질만으로 승부하겠다는 웰크론의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이제 이 대표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켜온 초심을 토대로 '세계 기업'의 꿈을 조심스럽게 가꿔가고 있다. 강원비앤이의 2대주주인 이 대표가 최근 최대주주인 박덕구 전 대표를 대신해 대표이사직을 맡게 된 데도 줄곧 초심을 잃지 않은 그에 대한 주변의 믿음이 바탕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섬유에서 산업 분야까지 과감하게 사업영역을 넓혀온 이 대표의 목표는 섬유화학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듀폰'이다. 그는 "재산을 물려주지는 않았지만 '신뢰가 최고'라는 원칙을 물려주신 아버지의 뜻을 이어 웰크론을 듀폰을 능가하는 세계적 섬유화학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영규 대표는 ▦1959년 서울 ▦1985년 한양대 섬유공학과 ▦1985년 동양나이론(현 효성) 입사 ▦1992년 은성코퍼레이션(현 웰크론) 대표이사 ▦2007년 예지미인 대표이사 ▦2007년 서울대 패션산업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10년 한텍엔지니어링 대표이사 ▦2010년 강원비앤이 대표이사
"공동영업등 시너지 효과로 윈윈 경영 할것"
■예지미인등 4개회사 대표 겸임 '1인4역' 이영규 대표는 지난 1997년 창업한 웰크론뿐 아니라 예지미인•한텍엔지니어링•강원비앤이 등 4개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업체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가운데 담수화 플랜트 제조업체인 한텍엔지니어링과 산업용 보일러 및 플랜트 제조업체인 강원비앤이는 사업영역에서 연결고리가 많아 전략적 협력 강화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대표직을 맡은 강원비앤이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의 주요 설비인 증기발전기를 전문적으로 제조하고 해외 수주 경험도 풍부한 업체로 한텍엔지니어링과의 '윈윈'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건설 및 플랜트 EPC 업체들이 보일러나 담수 장비 등을 보통 영역별로 나눠 수주하지만 한텍엔지니어링과 강원비앤이는 공동영업을 펼칠 수 있어 계약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한 통합 사업영역 구축도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한텍엔지니어링이 음식물쓰레기ㆍ축산폐수 미생물 처리 기술을 이용해 연료를 만들고 강원비앤이는 산업용 보일러를 만들어 열 발전시설을 운용하는 식이다. 4개월 앞서 이뤄진 한텍엔지니어링 인수는 웰크론과의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이 대표는 "담수화 설비 영역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텍엔지니어링과 고효율 멤브레인 필터를 개발한 웰크론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07년 생리대 제조업체 예지미인 인수는 특수섬유 제조업체 웰크론에 큰 성공을 안겨줬다.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예지미인 인수는 웰크론이 자체 개발한 흡수섬유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난관에 부딪쳤던 회사 경영의 돌파구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당시 P&G•유한킴벌리 등 유명 생리대 업체들이 흡수섬유를 자체 조달해 납품처를 찾기 어려웠는데 예지미인 인수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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