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바스프 '게벵 페어분트', 제품 80% 인근국가 수출

말레이지아 수도인 콸라룸푸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45분가량 동쪽으로 되돌아 가면 콴탄에 도착한다.말레이지아가 야심차게 조성하고 있는 게벵산업단지는 이곳에서 다시 자동차를 타고 동지나해쪽으로 30분가량 달리면 나온다. 게벵산업단지는 말레이지아가 조성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공장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을 뿐 아직은 대부분의 지역이 잡초에 덮여있는 그냥 널따란 평원이었다. 이곳에는 BP(브리티시 페트롤리움), 이스트만케미칼, 사이로박, 닛코 파인, 카네카 등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다국적기업 바스프가 말레이지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와 60대 40의 지분으로 합작, 지난 97년부터 2002년말까지 총 9억 유로(한화 1조원 가량)를 투입해 조성하고 있는 바스프 페트로나스 케미칼즈 공장도 바로 이 게벵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다. 이 공장은 특히 바스프가 세계적인 규모의 페어분트(바스프만의 표현으로 화학품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산품이나 중간재등을 또 다른 원료로 삼아 새로운 부가가치 화학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한 군데에 여러가지의 연관된 공장을 집중시켜 놓은 것)를 마련해 놓았다고 자랑하는 곳. 전체 150헥타르의 부지에 총 12개 공장이 들어서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제품들인 크루드 아크릴 산, 부틸 아크릴레이트, 에틸헥실아크릴레이트, 빙초 아크릴 산, 합성가스, 옥소, 가소제, 무수프탈린, 브탄디올, 테크라하이드로프레인, 부티로락톤 등을 연간 100만톤 이상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이 화학산업의 2ㆍ3차 원료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생산된 제품의 80% 이상은 인근국가에 수출하고, 나머지는 말레이지아에 공급하고 있다. 바스프는 이곳을 통상 '게벵 페어분트'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건립돼 가동하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으며 올해는 부탄디올 공장을 증설하고 있었다. 증설이 완료되면 명실상부한 페어분트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고 바스프 측은 설명했다. 바스프 사람들의 자랑처럼 전체 공장이 완전히 가동하면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화학공장의 하나로 꼽힐 것이다. 이곳 현지 책임자의 공식 브리핑 내용은 이랬다. "게벵산업단지는 부지 임차 보장기간이 99년에 달한다. 동아시아 국가들과 연결되는 가교지대에 위치해 있다. 물류창구인 콴탄항에 가까이 있으며, 천연가스, 부탄, 프로판 등이 풍부하다. 다국적 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쉽다. 노동력도 양질이다. 게다가 말레이지아의 정치적 안정과 연방 및 주정부의 지원도 상당히 커다란 매력이다." 하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가동한지 1년밖에 안된 공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름해 보였다. 공장 가동 1년만이라면 분명 뺀질뺀질할 정도로 광채가 돌아야 하는데 이곳은 여기저기가 녹슬고 도색된 상태도 성겨보였다. 마치 오래된 공장을 새로 인수해서 대충 정돈한 곳 같다는 느낌이었다. 동행했던 일행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1년을 입어도 10년을 입은 것 같은 공장인가"라는 말이 나왔다. 물류창구인 콴탄항 역시 아직은 효율성을 요구하는 현대식 항만의 요소들을 갖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게벵 페어분트는 다국적기업 바스프가 눈독을 들였을 정도인 지정학적 강점과 말레이지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가 어울어져 5년, 10년 후 아시아의 주요 생산거점 중 하나로 확고한 자리를 잡을 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미완의 대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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