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리포트] 美테러후 변화 유대계 뜨고 아랍계 진다

9ㆍ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 정계ㆍ경제계에 유대인이 뜨고, 아랍과 인도ㆍ파키스탄계가 지고 있다.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에 이어 뉴욕시정을 맡을 마이클 블룸버그 당선자가 유대인이고, 아랍인 피가 흐르는 포드 자동차의 자크 내서 사장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놓았다.미국은 다민족 국가로 형성돼 있지만, 초기이민자인 앵글로 색슨족 계열의 백인(WASP)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나라. 그러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대한 전쟁이 진행되면서 유대계들은 미국의 재건을 위해 앞장서 뛰는 반면 중동계 또는 인도계 출신들은 여러 이유로 슬그머니 물러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유대인은 이미 미국의 금융계ㆍ언론계ㆍ문화계ㆍ법조계의 상층부에 상당히 진출해 있고, 최근에는 정계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경제통신사 오너 경영인 출신의 블룸버그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 것을 비롯, 최근 상원의원으로 척 슈머(뉴욕주)와 골드만 삭스 회장 출신의 존 코자인(뉴저지주)이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배출됐다. 지난해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조지프 리버만 전 상원의원 역시 유대인이다. 경제계와 금융계에서 유대계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폴 볼커 전임 의장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로버트 루빈,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이 유대인이다. 미국 최대증권사인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코만스키 회장,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회장,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역시 유대인이고, 골드만 삭스, 리먼 브러더스등도 유대계 투자회사다. 그린스펀 의장은 테러 이후 세차례에 걸쳐 위험 수위까지 금리를 내려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고, 현재 시티그룹 회장인 루빈 전 장관은 현역을 떠났음에도, 행정부와 의회를 오가며 경기부양책의 골격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루빈 전 장관을 워싱턴으로 불러들여 협조를 구한 것은 민주당을 의식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뉴욕 월가의 유대 그룹의 지지를 받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도 있다. 테러 이후 두달동안 뉴욕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인 이면에는 뉴욕 월가의 유대계가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에 비해 중동과 인도ㆍ파키스탄 출신 경제인들은 겉으로는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의 보이지 않는 경계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4위 기업인 포드 자동차의 오너 가문이 내서 사장을 경질한 대외적 명분은 경영 악화이고, 미국 언론들은 내서 사장의 퇴진에 대해 인종적인 문제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내서 사장은 호주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부모는 레바논인이다. 시티그룹의 최대주주 알 왈라드 사우디 왕자는 세계무역센터 희생자를 위해 최근 1,000만 달러의 헌금을 내겠다고 뉴욕시에 제의했으나, 줄리아니 시장은 시민의 정서를 의식, 완곡히 거절했다. 서포트 닷컴이라는 인도출생의 인터넷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라다 바수는 한 인터뷰에서 "다른 미국인들처럼 뜨거운 애국심을 느낀다"고 밝혔지만,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을 걱정하며 최근 회사 웹사이트에서 얼굴 사진을 지워버렸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동 및 인도계 CEO는 ▦알코아의 알레인 벨다(모로코) ▦파머시아의 프레드 하산(파키스탄) ▦엘리릴리의 시드니 토럴(모로코) ▦아라마크의 조셉 뉴바우어(팔레스타인) ▦US에어웨이의 라케시 강왈(인도)등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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