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불·이·멕시코·칠레…/중앙은행 독립 급진전

◎영 노동당 정부 집권 닷새만에 금리결정권 일임/멕시코·칠레 등 물가인상 억제 획기적성과 얻어【뉴욕=김인영 특파원】 중앙은행의 독립이 세계적인 조류를 타고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토니 블레어 수상의 영국 노동당 정부는 집권 5일만에 중앙은행에 금리 결정권을 부여, 잉글랜드 은행 창립 3백년만에 가장 혁신적인 결단을 내렸다. 유럽 단일통화 창설을 앞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와 90년대 들어 경제침체에 빠져 있는 일본에서도 중앙은행의 독립이 진행중이다.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등 경제규모가 비교적 작은 국가들도 중앙은행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킴으로써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세계 각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중앙은행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독일 분데스방크. 중앙은행의 독립이 가장 완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분데스방크는 금리결정 등 각종 금융정책을 행정부나 정치권과의 상의없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결정한다. FRB는 의회에 보고 의무만 있을뿐 미 재무부와는 독립적인 기구이며,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공화당 정부때 임명돼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에서도 수장으로 있다. 미국과 독일의 공통점은 재무부가 재정정책을, 중앙은행이 금융정책을 엄격히 구분해 전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잉글랜드 은행 독립을 발표한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FRB와 분데스방크와 같은 중앙은행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선 90년대초 10%를 상회하던 인플레이션이 일단 잡혔지만 지난 3월 2.7%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노동당 신 정부는 2.5%의 인플레이션 목표만 정하고 잉글랜드 은행이 자율적인 금리정책을 통해 이 목표를 달성토록 위임했다. 일본의 기준 금리결정은 오랫동안 대장성의 권한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집권한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총리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개혁을 단행하면서 장기적으로 발권은행인 일본 은행의 독립을 추진중이다. 프랑스는 오는 99년 유럽 단일통화 창설에 앞서 프랑스의 은행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미 중앙은행 독립을 단행했다. 80년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성장의 정체를 겪었던 뉴질랜드에서는 중앙은행장이 행정부와 공개토론을 거쳐 물가억제목표를 정할뿐 금융정책 전반의 결정권을 확보함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했다. 지난 94년 페소화 폭락을 겪었던 멕시코는 중앙은행의 독립 등 과감한 금융개혁으로 대외신용도를 높임으로써 외국인투자 규모를 위기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세계적인 중앙은행 독립의 조류는 각각 다른 경제 여건에서 출발하지만,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선택한 정책 대안이었다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스탠리 피셔 이사는 최근의 논문에서 『물가안정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극복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부는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고통을 피한채 물가를 잡으려들기 때문에 정책적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것이 이들국가의 경험이다. 또 관료들의 성장제일주의가 중앙은행 지배를 통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이 공통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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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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