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태종 기수 "수십번 떨어져도 말 탈때 가장 즐겁죠"

[인터뷰] 통산 1만회 기승 박태종 기수<br>오전 4시30분부터 경주마 훈련·체력단련<br>철저한 자기관리로 1,567회 우승 질주<br>"기수 작전능력은 말과의 호흡이 중요"

박태종

24년 동안 말과 함께 달렸다. 지난해 12월 국내 유일무이한 통산 1만회 기승 기록도 세웠다. 역대 2위인 우창구(6,845회) 등 다른 기수와의 격차도 3,000회 이상이다. 우승 횟수도 압도적이다. 통산 1,567회 우승으로 현역 기준 우승 2위인 심형철(529승)과는 1,000회 이상 차이가 난다. 다른 기수들이 7~8% 승률에 머무는 반면 그의 승률은 15.7%로 2배에 달한다. 이 기록의 주인공은 '경마 대통령' 박태종(45). 말 위에 오르면 '챔피언' 자리를 놓치지 않는 그를 과천경마공원에서 만나봤다. ◇꾸준함이 일궈낸 1만회 기승=그는 경마 선수들 사이에서 '칸트'로 불린다. 하루 일과가 어김없이 똑같기 때문이다. 오전4시30분께 일어나 출근하고 경주마훈련과 체력 단련을 한다. 7시면 저녁 식사를 하고 오후9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그는 "20년 동안 시간표대로 생활하니까 9시가 되면 졸려서 도저히 못 참겠더라"며 "이제 주위의 아는 사람이 다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그가 24년간 꾸준히 말을 탄 원동력도 한결 같은 생활습관 덕분이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다면 이내 후배들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기수 생활을 했던 이들은 모두 조교사(경주용 말을 훈련하는 사람)로 물러났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의 원망 섞인 농담도 듣는다. 그는 "아직도 말을 타니까 요새는 후배들이 이제 그만 타고 조교사로 전업하라고 그러더라"며 "그럴 때는 조금만 더 탈 거니까 걱정 말라고 달랜다"고 말했다. ◇우승의 비결과 작전의 비중=그는 불혹(不惑)을 넘긴 나이에도 지난해 20ㆍ30대 젊은 기수들을 제치고 다승왕(114승)에 올랐다. 그에게 우승 비결을 물었다. 그는 "조교사들이 좋은 말을 주니까 우승한 것 같다"고 무난한 답변을 했다. '기수의 작전 능력은 어느 정도 좌우하냐'고 노하우를 캐물었다. 그는 "처음부터 내달리거나 중간에 치고 나가거나 다양한 작전이 펼쳐지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말과의 호흡"이라며 "20년 넘게 말을 타니까 어느 순간에 어떻게 말을 조정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사실 좋은 말을 타면 스트레스 쌓인다. 성적을 내야 하는데 3등 밑으로 들어오면 조교사들 볼 낯이 없다." ◇고통 없는 과실은 없다=그는 지난해 상금과 기승료로 3억5,000만원을 벌어들였다. '고수입인 만큼 초등학생 딸이 경마 기수가 된다면 찬성하겠냐'고 물으니 "웬만하면 말리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이어진 말은 "너무 힘들다"였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60㎞의 속도로 달리는 말에서 떨어진 횟수만 수십 차례에 달한다. 무릎 인대파열, 척추골절, 허리디스크 등 각종 부상으로 온몸이 성한 데가 없다. 그는 "병원에 누워 있을 때는 너무 아파서 두번 다시 말을 안 탄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회복되면 결국 말 안장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번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면 말 타기가 두렵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무래도 주눅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지나면 금방 잊는다. 말 잘 탄다는 얘기 들을 때가 제일 즐거우니까 열심히 또 탄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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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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