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포항공대 생리분자연구센터(우수연구센터를 찾아서)

◎효소억제제 과학적 발견 선도/효소모양 X선촬영 컴퓨터에 입력한뒤 전기적 성질에 맞게 신물질구조 디자인/이상적 소화 억제제 「베바」 물질 찾아내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제품을 만들 듯 우리 몸 안에서는 효소가 생명활동을 담당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효소는 오히려 병을 일으킨다. 우리가 먹는 약 가운데는 이처럼 너무 센 효소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소억제제가 많다. 효소억제제는 대부분 우연과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아플 때 어떤 식물을 먹었더니 병이 낫는다. 그 식물은 그때부터 약초로 사용된다. 현대에는 식물이나 동물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하거나 실험실에서 신물질을 합성한다. 김동한 포항공대 교수(화학과)는 이런 방법들을 모두 「구식」으로 몰아붙인다. 『20년이 넘게 신약을 연구하면서 기존 방법들이 너무나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에 고민했습니다. 시간과 비용, 노동력이 너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효소억제제를 좀더 과학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김교수는 컴퓨터를 이용해 효소억제제를 「디자인」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효소의 기능은 큰 덩어리를 작게 자르거나 반대로 붙이는 것이다. 가위에 가위날이 있듯이 효소도 큰 덩어리를 자르는 부분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은 구덩이처럼 움푹 들어가 있다. 이 구덩이 속에 다른 물질(효소억제제)을 끼워 넣으면 효소는 활동을 멈춘다. 『효소억제제를 찾으려면 효소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야 합니다. 특히 구덩이 부분의 구조가 중요합니다. 주먹구구나 대강이란 말은 안됩니다. 효소는 전기적인 힘이나 수소결합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구덩이 속의 전기적 극성도 철저히 파악해야 합니다』 김교수는 우선 X선 촬영으로 효소의 모양을 정확히 알아낸 뒤 이를 컴퓨터에 그린다. 효소의 모양과 전기적인 성질에 「딱」 맞도록 신물질의 구조를 설계한다. 구덩이가 음극이라면 양극의 억제제를 만들어 서로 끌어당기게 한다. 이어 그 물질을 실험실에서 만들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조사한다. 이런 방법으로 찾아낸 효소억제제 중 하나가 「베바」다. 이 물질은 「카르복시펩티데이즈 A」(CPA)라는 소화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구조가 간단하고 작용이 빨라 이상적인 효소억제제로 평가되고 있다. 또 설계방법을 다른 효소에 적용하면 고혈압이나 류머티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센터의 김기문 교수(화학과)는 거대분자인 「투커비투릴」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80년대초에 구조가 밝혀진 이 분자는 빈 원통 모양을 하고 있어 「분자술통」으로도 불린다. 김교수는 산성 용액을 가하면 나트륨 이온으로 된 술통 뚜껑이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 술통 분자에 작은 「손님」분자를 담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지금까지 벤젠과 알코올까지 술통안에 가두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국내 화학논문으로는 처음으로 화학분야의 학술지인 「케미컬 & 엔지니어링 뉴스」에 소개됐다. 김교수는 『이 술통분자에 약을 넣는 방법을 개발하면 산성인 위에서만 약이 흡수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포항=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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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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