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평범한 '붓다의 이미지'로의 초대

손인환 조각전 12일까지


가부좌를 한 채 명상하는 인물,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놀고 있는 동자승들. 불교적인 색채를 띠면서도 일상과의 어울림을 표현할 줄 아는 작가 손인환(사진)의 13번째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Entering the another World)'. 가부좌를 튼 채 명상에 빠진 인물들을 무수하게 많은 동자ㆍ동녀들이 둘러싸고 있는 그의 조각작품은 불교의 선원(禪院)과 같은 장소다. 불교적 명상세계와 연계된 작품들이지만 어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작품 속의 평범한 동승ㆍ동녀들은 장난꾸러기 어린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작가는 불교적 색채로 일상과의 괴리를 만드는 대신 평범한 아이의 모습을 한 동자승들로 평화로운 낙원을 표현하고 있다. 관객들은 동승들의 모습에서 행복한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조각들이 거룩한 사원에 안치된 천불의 이미지가 아니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붓다의 이미지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또한 가부좌를 한 채 명상에 빠져 있는 인물의 자세는 불상의 모습을 닮았지만 현대식 의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순수한 예술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미술평론가인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그는 전시장을 명상의 사원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사유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든다"며 "이번 전시회는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 더 나아가 구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할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손 작가는 현재 서울시 미술장식품심의위원, 한국 조각가협회 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국대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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