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정책 도그마서 벗어나자

[데스크칼럼] 정책 도그마서 벗어나자 소비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두달 동안 돈 있는 사람들이 찾는 백화점 매출이 급감하고 서민층이 즐겨 찾는 할인점마저 매출이 뚝 떨어졌으며 대한상의가 발표한 3ㆍ4분기 소매유통업 심리지수(BSI)는 116에서 98로 급락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하반기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는 작금의 경기진단부터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는 세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첫번째는 10ㆍ26사건 전후인 79~80년이고 두번째는 외환위기 때인 97~98년이며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두번의 침체는 외적 요인에서 발생, 내적 모순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번째는 오일쇼크라는 외생변수가 있었고 두번째는 타이에서 발원한 아시아 통화위기가 그것이었다. 자본주의경제에서 주기적인 불황은 불가피하지만 대개의 불황은 투자과잉이 붕괴되면서 나타난다. 70년대 말 불황은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인한 생산설비 과잉이, 90년대 후반 불황은 재벌기업들의 과다투자가 원인이었다. 지금 불황은 앞서 두번의 경우와 본질적 차이점을 갖고 있다. 소비 부문이 경기하강의 원인을 제공했고 한국경제의 내적 원인에 의한 첫 불황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불황극복의 대책도 과거와 달라야 한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인플레이션에는 많은 경험과 대응책을 갖고 있지만 디플레이션에 대한 적절한 수단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정부가 투자과잉에 의한 불황극복에는 상당한 노하우와 수단을 갖고 있지만 소비불황에는 대응 툴(tool)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첫번째 불황기에는 군사정부가 물리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두번째는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외압에 의해 금융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제적 대책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경기가 자율적으로 상승하길 기다리는 것은 침체기간을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유의 소비불황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두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김진표 전 부총리가 이임사에서 뒤늦게 후회했듯이 정부는 균형재정의 도그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재정 부문을 수위조절을 통해 가뭄과 홍수를 조절하는 저수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소비세율을 과감히 낮춰 소비를 북돋우고 재정지출에 의한 건설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국내외에서 국채 발행을 과감하게 확대할 경우 취약한 채권시장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 부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는 상위 부유층 10%가 소득세의 80% 가까이를 내고 이들이 소비의 주도세력이다. 그런데 한국의 부자들은 이 땅에서 돈을 쓰지 않고 외국에서 부동산이니, 교육비니 하며 펑펑 쓰고 있다. 50만원짜리 소비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게 하니 차라리 밖에 나가 쓰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집권 여당이 개혁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을수록 돈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정책은 때가 중요하다. 경제위기냐의 논란을 떠나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병증이 보일 때 약을 써야지,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이를 때까지 체질(펀더멘털)이 건강하다고 자신하고 있을 것인가. 김인영 경제부장 inkim@sed.co.kr 입력시간 : 2004-06-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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