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새로운 스포츠 통계기법 잇달아 개발

"수비 성공률 높게 나왔다고 무조건 좋은 선수 아니다"<br>"안타성 타구·파울플라이 잡은것 수치상으론 동일"<br>회계사등 스포츠 마니아 '통계오류' 바로잡기 팔걷어<br>막아야했던 공까지 계산 '수비&실점 억제시스템' 창안

최근 특정 선수의 기량을 좀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스포츠 통계기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진실을 볼 수 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실제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통계수치들이 난무하지만 전체적인 트렌드를 파악하는 역할을 할 뿐 정확한 데이터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는 스포츠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종목별로 선수나 팀의 실력을 평가하는 통계들이 존재하지만 과연 그것들이 정확한 실력을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차가 있다. 이에 따라 스포츠 마니아를 중심으로 기존 통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법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30홈런과 30도루를 달성한 야구선수, 한 경기에 20점을 넣은 농구선수 등 통계에 의존해 선수를 평가한다. 하지만 이 통계만으로 특정 선수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영리한 스포츠팬의 자세가 아니다. 단순히 득점을 많이 했다거나 수비 성공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기존 통계로는 알 수 없는 이런저런 정보를 종합해보면 통계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작성 과정에서 평가잣대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거나 작성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경우, 그리고 측정 및 표본추출이 부정확할 경우 그 결과는 진실과 완전히 동떨어질 수 있다. 이 같은 통계의 부정확성을 바로잡기 위해 최근 경제학자ㆍ회계사ㆍ컨설턴트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스포츠 마니아들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전문성을 살려 계량화하기 힘든 요소들을 수치화하거나 기존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등 스포츠 통계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통계방식을 활용하면 스포츠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며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진실까지도 볼 수 있게 된다. #쿼터백 기량에 대한 정확한 평가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에서 쿼터백의 능력은 '패서 레이팅(passer rating)'이라는 통계로 결정된다. 지난 1973년 NFL 명예의 전당 홍보직원이었던 돈 스미스가 개발한 이 통계는 네 가지 지표로 이뤄진다. 즉 패스 성공률, 패스당 평균 전진거리, 터치다운에 성공한 패스의 비율, 인터셉트 당한 패스의 비율 등 네 가지 지표를 가지고 각 쿼터백에게 0점에서 최대 158.3점까지 점수를 준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점수가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으며 쿼터백의 달리기 능력도 완전히 배제돼 있다. 특히 쿼터백이 상대편 선수에게 태클을 당하는 것은 통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이를 피하기 위해 무의미한 곳에 공을 던지면 감점 요인이 된다. 팀에 기여하는 행동이 쿼터백 개인에게는 해가 되는 것. 최근 풋볼 아웃사이더라는 웹사이트의 편집인인 애런 샤츠는 'DVOA(Defence-adjusted Value Over Average)'라는 새로운 통계기법을 제시했다. 기존 통계기법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DVOA에서는 터치다운, 전진거리, 위치선정 능력, 득점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리그 전체의 평균을 낸다. 또한 미식축구에서는 네 차례의 공격기회에서 10야드를 전진해야 하는데 DVOA는 1차 공격에서 목표 야드 수의 45%, 2차 공격에서 60%, 3차 및 4차 공격에서 100%를 얻어야 성공한 플레이로 본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면 최대 1점이 주어지며,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일정 야드 이상을 전진하면 소수점 이하 점수를 준다. 빅 플레이나 레드 존에서의 득점에는 가산점이 있으며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플레이나 인터셉트ㆍ펌블의 경우 포인트가 차감된다. 이를 통해 DVOA는 쿼터백의 능력을 %로 나타내는데 평균 이상의 선수는 양수(陽數), 평균 이하는 음수(陰數)로 표현돼 기량 비교에 용이하다. #최고의 수비수 알아내는 방법 야구에서 최고의 수비수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현재 수비수의 기량을 평가하는 통계로는 자신이 직접 상대편 선수를 아웃시키는 풋아웃(put out)과 팀 내의 다른 선수가 아웃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보살(assist)의 횟수를 더한 후 전체 수비횟수(자살+보살+실책)로 나누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선수가 처리한 수비의 결과만 나타낼 뿐 그 수비를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평가할 수 없다. 몸을 날려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것과 평범한 파울플라이를 잡은 것이 수치상으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화학자 크리스 다이얼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통계기법인 '수비 & 실점 억제 시스템'을 창안했다. 이는 선수가 실제 막아낸 공뿐만 아니라 막아야 했던 공까지 계산에 넣어 수비수의 실력을 평가한다. 이를 위해 메이저리그 통계기록 전문업체인 STATS사가 지정한 수비영역에 기초해 각 수비수들이 지켜야 할 책임구역을 정하고 그곳으로 간 타구 중 수비수가 막아낸 횟수와 막지 못한 횟수를 확인한다. 또한 선형 가중치(linear weight)라는 척도를 활용, 타구의 가치를 1루타에서 홈런까지 계량화한 뒤 각각의 타구에 대응하는 수비의 가치를 정해 수비수의 실력을 한층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이 두 가지 척도를 활용하면 경기장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몸을 날리는 수비수와 자기 자리만 지키는 선수를 손쉽게 구분할 수 있다. #연봉과 효율성은 비례하지 않아 대개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는 그 팀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례로 1995년 NBA 워싱턴 불리츠(현 워싱턴 위저스)와 1억500만 달러에 계약한 주완 하워드 선수는 당시 경기당 출장시간이 NBA 4위, 필드슛 시도 횟수는 3위였지만 평균 득점은 10위에 불과했다. 이는 하워드가 필드에서 뛰는 시간 대부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서던유타대학의 경제학과 조교수인 데이비드 베리 박사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승리점수(win score)'라는 새로운 통계기법을 개발했다. 농구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최우선 조건은 선수의 효율성이라는 그의 확신을 통계기법으로 선보인 것. 그는 승리의 요인을 알아내기 위한 계산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득점, 리바운드, 가로채기, 실책, 슛 시도 등이 선수 효율성 평가의 핵심임을 알아냈다. 반면 개인 파울, 프리드로, 블록슛, 어시스트 등은 앞의 요인과 비교해 50% 정도의 중요성밖에 지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수가 얻은 득점에 리바운드와 가로채기 횟수 전부, 그리고 블록슛 횟수의 절반을 더한다. 이어 필드골 시도 횟수와 실책 횟수를 제하고 프리드로 횟수 및 개인파울 횟수의 절반도 빼낸다. 이 같은 수치를 선수가 한 시즌 동안 뛴 경기 수로 나눈 다음 48을 곱하고 포지션별로 일정한 수를 제한 것이 바로 승리 점수다. 최종 결과가 양수면 선수 공헌도가 평균 이상, 음수면 평균 이하임을 의미한다. #아이스하키 샷에도 품질 있어 지난 시즌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플레이오프 개막전에서 새너제이 샥스팀은 총 39회의 슈팅을 날린 데 반해 캘거리 플레임스팀은 23회에 불과했다. 하지만 결과는 캘거리의 3대 2 승리. 샥스 팀의 슈팅이 플레임스에 비해 비효율적이었던 셈이다. 모든 구기종목이 그렇듯 아이스하기 또한 슈팅의 효율성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슈팅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득점과 연결되는 효율적 슈팅을 해야 승리 확률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아이스하키 관련 온라인 사이트인 하키 애널틱스 닷컴을 운영하는 보험회계사 앨런 라이더는 이 사실에 착안, '샷 품질(shot quality)'이라는 통계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기본적으로 NHL의 실시간 득점 시스템을 활용한다. 여기서 얻은 슈팅 정보를 가지고 골키퍼가 막기 어려워 득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샷들을 구분, 어느 팀의 샷이 더 효율적인지를 판단하는 것. 막기 힘든 샷과 그렇지 않은 샷은 경기진행 상황, 플레이의 일방성 여부, 잔여경기 시간, 샷의 종류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분류된다. 라이더는 이를 통해 샷 품질이 골인 확률과 정비례함을 확인했다. 그는 "샷 품질과 골인 확률 정보를 조합해보면 팀의 수비력, 특히 골키퍼의 수비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며 "막기 쉬운 슈팅을 잘 막았다고 훌륭한 골키퍼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