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대신 ‘USA’가 선명하게 새겨진 2인승 썰매. 주최측에 500달러(약 47만원)를 내고 대회 기간 동안 빌린 것이다. ‘쿨러닝’이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 아프리카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시리즈 진출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강광배(35ㆍ강원도청) 감독이 선수를 겸하고 있는 봅슬레이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치러진 2008 아메리카컵 2차 대회 2인승 경기에서 8위를 차지했다.
전날 1차 대회에서 7위에 올랐던 한국은 국가별 랭킹포인트에서 18위를 차지, 20위까지 주어지는 2008-2009시즌 국제봅슬레이연맹(FIBT) 월드컵시리즈 출전권과 함께 다음달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설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한국 봅슬레이가 국제대회에서 ‘톱10’에 포함된 것은 물론 월드컵시리즈 출전권을 따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썰매종목의 개척자 강광배 감독은 이번에도 큰 역할을 했다. 루지와 스켈레턴 선수로 3회 연속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강 감독은 이번 대회에 2인승 봅슬레이 파일럿(조종수)으로 출전, 브레이크맨 이진희(강릉대학교)와 호흡을 맞췄다.
소외 종목의 열악한 환경은 위업으로 인해 더욱 대비됐다. 지난 2003년 강원도청 봅슬레이팀 창단 때 1대 구입한 2인승 봅슬레이는 형편없이 부서졌다. 탈 수 있다 해도 500만원의 운반 비용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번 대회에서 빌린 썰매도 1993년산으로 창고에 보관돼 있던 것을 수리해서 탔다. 강 감독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첫 봅슬레이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 목표”라며 굽힘 없는 의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