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R&D예산 유용 "꼼짝마"

지경부, 실시간 점검 시스템 도입… 부정사례 사전 차단


정보기술(IT) 관련 차세대기술개발 업체인 A기업은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157건의 허위 영수증 처리 등의 방식으로 정부가 지원한 연구개발(R&D) 예산 5억5,500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뒤늦게 적발하기는 했지만 A기업의 경우와 같은 R&D 자금에 대한 오용이나 유용 문제는 매년 발생한다. 지식경제부가 연간 4조원가량의 R&D 자금을 지원하는데 대략 3%의 R&D 자금 오ㆍ남용이 이런 식으로 발생해 잘못 사용된 예산만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식경제부는 25일 이 같은 R&D 예산에 대한 유용을 차단하기 위해 연구비 사용내역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실시간 통합 연구비 관리시스템(RCMSㆍRealtime Cash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RCMS는 인터넷뱅킹과 유사한 형태의 실시간 점검 체계다. 최경환 장관이 취임과 함께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R&D 지원체계의 문제점이다. 최 장관은 R&D 지원에 대해 "밖에서 인식이 매우 좋지 않다"며 "자금 지원을 받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기술개발 사업의 연구비 유용건수는 매년 10건 안팎으로 적발되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연구비관리시스템은 금융권과 연계돼 연구자의 연구비 사용내역을 실시간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연구개발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여부를 과제가 종료되고 정산 시점이 되어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또 국세청의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의무화 제도와 연계해 증빙서류를 상호 검증한 후 자금 집행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연구비 유용 등의 부정 사례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연구비 사용에 대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기관에서 원하는 카드(법인카드 또는 통합연구비카드)를 자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많게는 1,000쪽에 달하던 정산서류를 없애고 온라인으로 정산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번 관리시스템 구축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서 주관해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시스템구축 비용은 56억원이다. 일단 1조8,000억원 규모의 KEIT R&D 사업에 우선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ㆍ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ㆍ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관리사업 등 지경부의 모든 R&D 사업에 확대하기로 했다. 시스템 도입은 무엇보다 R&D 예산의 유용을 막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KEIT의 지원자금을 실시간 모니터링한 결과 유용이 의심되는 3% 규모의 연구비 사용을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KEIT로만 따지면 540억원 규모다. 이창한 지경부 산업기술정책관은 "실기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일시 유용이 의심하는 3%의 연구비 사용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경부 전체 R&D 사업에 적용할 경우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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