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한국은행, 민간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올 경제 전망치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상수지의 경우 정부와 한은 모두 내부적으로는 연초 예상했던 150억~160억달러의 절반 수준까지 대폭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관계 당국 및 기관들에 따르면 한은과 민간 연구소들은 최근의 경제 지표 흐름을 토대로 이르면 이번주 말부터 연간 목표에 대한 수정 전망치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한은은 최근 올해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5달러(두바이유 기준) 수준에서 59달러로 올린 데 이어 경상수지 전망도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향조정폭도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한은 안팎에서는 박승 전 총재가 지난 3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 경상수지 흑자는 100억달러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보다 상당폭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일부에서는 70억달러 수준까지도 거론하고 있는 형편. 당시는 유가에 대한 하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124억달러에서 41억달러까지 수직 하향 조정했던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민간 연구기관들의 하향 조정 내역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낸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지표를 토대로 올해 경상수지ㆍ환율ㆍ성장률 등의 수정치를 이달 말 공개한다. 174억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 추정치는 100억달러 아래로 크게 축소되고 2월 960원으로 한 차례 낮췄던 환율 전망치도 재차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거시 지표가 당초 예상범주(환율 달러당 980원, 유가 배럴당 50달러대)의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해 전망치를 수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이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7억달러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환율도 애초 978원에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수정 전망 속에서 정부도 올해 연평균 거시지표의 수준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은 올 경제운용계획을 세우면서 1,010원으로 봤지만 1ㆍ4분기 평균 환율이 977원에 그친 데 이어 연평균으로도 기껏해야 960원선에서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도 당초 54달러를 가정했지만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연평균 60달러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 흑자도 대폭 낮춰 잡았다. 김석동 차관보는 최근 인터뷰에서 “100억달러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시지표들의 수정 전망에도 정부는 물론 연구기관들도 아직은 성장률 자체를 수정할 계획은 세우고 있지 않다. 1ㆍ4분기 성장률이 6% 안팎으로 높았던데다 수출과 내수는 조금 좋지 않아도 생산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 정부는 5% 성장을 자신하고 있고 한국ㆍLGㆍ현대경제연구원도 4.9%, 4.7%, 4.5% 성장률을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가와 환율의 변동속도가 현재대로 이어질 경우 이르면 다음달이라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민간 연구소들은 예상했다. 배상근 한경연 연구위원은 “유가 오름세가 이어져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거나 환율 하락이 이어질 경우 성장률 하향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