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침해 제소 5일 만에 한국 등 3개국가 법원에 맞제소한 배경은 애플에 승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애플 측으로부터 특허를 침해했다는 항의가 있은 후 상당 기간 사전 대응 방안을 마련해왔다. 삼성전자는 미국 법원에 "애플의 특허권 등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대응하는 동시에 애플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미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검토한 결과 애플의 주장이 일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애플의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국법원 제소는 이르면 1~2개월 내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다양한 특허분쟁에 대비해왔다. 최근 몇 년 새 1조원 이상을 특허 비용으로 지급하는 경험을 한 후 연구개발(R&D) 집중투자에 나서 지난해 말 기준 미국특허 4,551건 등 글로벌 차원에서 10만건을 확보했다. 특허분쟁을 장기간 준비해왔다는 증거다. 삼성전자는 특허 확보 못지않게 특허 전문인력도 대폭 보강했다. 지난해 지적재산(IP)팀을 한데 모은 IP센터를 설립해 특허전담인력을 400여명으로 배 가까이 확충한 데 이어 코닥ㆍ퀄컴ㆍ인터디지털ㆍ인터트러스트ㆍTSMCㆍ후지쯔ㆍIBM 등과 특허권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사용에 대한 상호 간 허용)'를 체결하는 등 특허분쟁을 준비해왔다. 이같이 삼성전자는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을 대비해 상당 기간 준비해온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애플 소송전에서 삼성전자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가 높다. 애플이 제소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디자인 특허 침해는 법적인 판단이 어려운 반면 삼성전자가 제기한 통신 표준특허는 명백한 판단이 가능하다. 정보기술(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제소는 디자인 등에 주안점을 둔 반면 삼성전자가 제소한 특허는 휴대폰 제조 핵심기술"이라며 "10만개의 특허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3,700여개 수준인 애플을 이길 경우 애플이 아이폰ㆍ아이패드 생산을 위해 로열티를 삼성전자에 제공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애플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며 "잘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삼성전자의 정면돌파 의지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이번 삼성전자-애플의 맞소송은 스마트 모바일 기기 제조 시장에서 두 강자가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힘겨루기로 풀이된다. 양자 간의 정면승부를 표면화하고 '법원의 심판'을 통해 공방전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맞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소송의 대상과 내용이 '통신 표준'과 '제품 외형'으로 엇갈려 판결이 나와도 승자와 패자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