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흔들리는 테헤란밸리] 벤처기업 동향

코스닥 급랭 '벤처 꿈'이 식어간다한국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평가받던 벤처기업들의 생존기반이 최근 코스닥 폭락장세 여파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국내는 물론 미국의 인터넷기업 상당수가 수익구조가 불투명해 지속적인 존립자체가 의문시되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불기시작한 벤처의 거품해소 현상이 일반 벤처기업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이런 현상으로 무엇보다 투자자금 유치에 차질을 빚으면서 경영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벤처캐피털과 에인절(개인투자자) 등 그동안 벤처기업 투자에 경쟁력으로 나서던 투자자금원들이 급격히 벤처산업에서 이탈하거나 보수적인 형태로 투자기준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사업을 하고 있는 A사는 최근 액면가 대비 30배정도로 외부투자유치를 모색하고 있으나 여의치않아 사업확대를 위한 신규투자 등에 상당한 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초까지만해도 액면가대비 50배이상으로도 투자에 나서겠다는 국내외기관들의 요구를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미뤄왔으나 정작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서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 회사 B사장은 『곤혹스럽다. 당시 투자를 받아들여야했는데 안타깝다』고 토로하고 있다. 국내 최대인 1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서울엔젤클럽이 지난달말 개최한 엔젤마트에는 올초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300명만이 참가, 벤처열기의 냉각현상을 입증했다. 일부 엔젤클럽은 아예 벤처기업 설명회를 분위기가 다소 호전될때까지 당분간 중단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벤처기업 직원들의 동요현상도 우려할 수준이 되고 있다. 신생벤처기업으로 최근 스톡옵션을 받고 자리를 옮긴 K씨(32)는 『스톡옵션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모든 직원들의 생기나 열정이 떨어져 회사분위가 예전같지않다』며 『괜히 자리를 옮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미 외부투자자금을 받은 기업들의 경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묻지마 투자」등에 편승, 수십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인터넷 기업들 가운데 뚜렷한 수익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당수 회사들은 추가자금 확보에 차질을 빚으며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신종(柳晨鍾) 골드뱅크사장은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는 완전 묻지마 형태였다』며 『이에대한 조정이 시작되면서 벤처산업의 열기가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했으며 따라서 수익기반이 없는 회사들은 속속 퇴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인터넷기업이 대거 몰려있는 테헤란밸리의 입주기업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구조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곽성신(郭成信)우리기술투자사장은 『이제 묻지마식의 투자행태는 완전사라져 벤처시장이 구조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며『제조분야의 우수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은 예전같은 높은배수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투자자금을 확보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17일 액면가대비 17배로 인터넷 공모를 실시한 일반 상품권개발업체인 씨큐텍은 단 5초만에 공모를 마감하는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 류헌진(柳憲辰)사장은 『디지털 상품권 사업에 진출등 회사에 대한 사업성과 수익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벤처산업은 이제 무조건적인 투자열풍이 사라지고 수익성을 기반으로하는 모델을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조정현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남문현기자MOONHN@SED.CO.KR 입력시간 2000/05/19 17:59 ◀ 이전화면

관련기사



남문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