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 젊은작가 14명 서양 고미술 패러디

9일부터 공평아트센터에서 '서양미술전'『나는 오락을 가장한 예술을, 모든 이율배반의 진실함을, 일상의 비루함을, 참아야하는 존재의 무거움을, 순종보다 더 순종이려는 잡종을, 어찌 할 수 없는 욕망을, 돌연변이의 발랄함을, 끈 떨어진 연의 자유함을, 친숙한 낯설음을, 부유하는 이중성을 사랑한다.』 화가 송차영의 말은 현대미술이라는 난바다에서 표류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자술(自述)이라 할만하다. 그는 일상을 거부하지 못하는 운명 속에서 비약을 사랑한다. 때문에 화가는 패러디의 미학을 추구하면서 또한 뿌리없음의 자유로움을 이야기하는 전시회에 합류한다.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평아트센터에서는 「서양미술전」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린다. 서양미술의 이미지를 차용해 회화·매체 작업을 하는 한국현대작가들의 작품과 만나는 자리이다. 출품작가는 고낙범·김두진·김재웅·김정명·김형석·배영환·배준성·서상아·석영기·송차영·우도학·정보영·한만영·홍지연 등 14명. 관객은 그들의 작품에서 익숙한 이미지, 즉 기시감(旣視感)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이미 주눅들어 있는 세상읽기와 마주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보티첼리의 「비너스」, 반 고흐의 현대회화등 흔히 걸작이라고 불리는 서양미술 작품이 이리저리 변형되고 재창조되는 패러디의 현장과 만나기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디지털시대. 아날로그시대에도 그랬지만 요즘에는 미술의 대량복제와 그것의 유통이 가장 큰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세상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행위 중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명제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패러디는 상상력의 궁핍을 강요당하는 곳에서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대안 공간이다. 더구나 디지털시대를 맞아 이제 화가는 관객들과 웹상에서 먼저 만난다. 다시말해 실물 이전의 복제물에 의한 관객과의 교감이 미술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자리잡게 된다는 것. 김재웅의 경우, 보티첼리의 명작 「비너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생하면서 현대인들의 파편화된 자의식을 드러낸다. 이런 말을 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놓은 틀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아니면 빠른 변화에 대한 두려움, 혹은 중심에서 멀어져간다는 생각 때문에 필요 이상의 논쟁을 벌이곤 한다. 그럴 때면 정말이지 미술사의 종말을 보고 싶다. 미술사의 종말을 미술사 안에 넣는다 하더라도….』 이번 전시를 준비한 CNP(CREATING & PLANNING) 전시기획팀은 『서양미술전은 서로 다른 시대, 지역, 역사, 언어, 문화권 등의 부딪힘과 그 결과로 창출된 의미에 대한 관찰이다』면서 『서양미술사가 이 시점의 한국작가들에게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봄으로써 동시대의 한국미술의 흐름과 정체성을 점검해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시의 내용은 그보다 더 야릇하면서 논쟁적인 자리를 연출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문의 CNP 전시기획팀 (02)532-8940.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패러디한 김재웅의 컴퓨터 그래픽 작품. 프랑스 화가 앵그르의 작품을 차용한 송차영의 작품.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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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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