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7일] 리스크관리에도 리스크가 따른다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는 그동안 예측하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새로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코(KIKO) 사태로 리스크 관리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피해를 입은 기업은 기업대로,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은행대로 억울한 노릇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도 지금 운용하고 있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보완하는 계기가 돼야겠다. 리스크 관리는 목표가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이다. 수익을 많이 내는 게 기업의 목표라면 환율은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위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키코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가입한 금융상품으로 도산에 이르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해 성공한 기업도 많다. 한 예로 1802년에 설립된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사도 지난 1990년대 초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손실이 급증하자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 시스템을 도입했다. 리스크 관리 정책을 세우면서 반드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서로 다른 여러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금액으로 환산해 전직원이 공유하도록 하는 등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리스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평범하지만 중요한 원칙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리스크 관리에도 리스크가 따른다’는 것이다. 기업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설사 충분한 비용을 지불했더라도 이를 완전히 없애주는 ‘리스크 관리’는 없다. 현재 운용 중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성능에만 의존, 모든 책임을 맡겨 둘 게 아니라 급변하는 금융ㆍ경제환경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따라서 기업의 리스크 관리 담당자는 여러 관리 방법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그 결과를 최대한 예측해 기업이 잠재적으로 부담해야 할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겠다. 시장에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첨단시스템도 최신상품도 넘쳐난다. 모두 그럴 듯하지만 모두가 내게 맞을 리는 없다.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적어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이 모든 것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CEO는 기업의 마지막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