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쪽 남극 해역에서 한국 원양어선이 침몰해 5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됐다. 선주사인 인성실업은 침통한 분위기에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3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4시30분께 뉴질랜드에서 남쪽으로 1,400마일(2,593㎞) 떨어진 남극 해역에서 조업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던 부산선적 614톤급 원양어선 제1인성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22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으며 이 중 한국인은 1명이 구조되고 2명이 사망, 5명이 실종됐다.
사고 직후 인근에 있던 국내외 어선 5척이 구조 작업에 나서 한국인 김석기(46)씨 등 20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사고 해역에는 소형 태풍급 저기압이 형성돼 있어 초속 20m의 바람이 불고 파도도 5~6m로 높게 일어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뉴질랜드 블라프 항에 조치를 취해호송 후 구조자 및 시신을 선원 국적별로 귀국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외교부 등 관련 부처 및 소속 선사와 긴밀히 협조해 선원송환, 선원보상, 유가족 지원 대책 등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주사인 인성실업은 사고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이 회사 김정도 상무는 이날 오후 한남동 본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선원 42명(한국인 8명) 가운데 5명이 사망하고 유영섭 선장을 비롯한 17명이 실종 상태"라며 "사고장소 근처에 빙하는 없었고 선체 침수로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산시 서구 암남동 원양프라자 7층에 위치한 인성실업 부산지사에는 선원들의 생사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선원 가족들도 속속 사무실에 도착해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구조현황을 보고 받은 후 배에 탄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유영섭 선장의 처남 김선수(50)씨는 "방금 TV 뉴스를 보고 달려왔다"면서 "얼마 전 전화 통화에서 매형이 '이제 배를 그만 타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런 사고가 나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선장의 아내도 사무실에 나와 현지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어딘가로 바쁘게 발길을 돌렸다.
한편 제1인성호에는 한국인 8명과 중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11명, 베트남인 11명, 필리핀인 3명, 러시아인 1명 등 42명이 탑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