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은행들 달러 유동성 이상징후… "2008년 위기 닮아간다"

달러화 조달 비용 크게 오르고 1주일미만 자금 운용에 급급<br>ECB, 유럽계銀에 5억弗지원<br>"신용경색 우려 갈수력 커져 세계 금융시장 패닉 빠질수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은행권이 흔들리면서 유럽발 신용경색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유럽 은행들이 달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실상을 알 수 없어 시장의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에서 '지난 2008년식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막연한 우려로 남았던 신용경색현상은 당장 유럽은행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은행들은 이미 은행 간 거래에서 담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으며 일주일 미만의 초단기자금 운영에만 급급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18일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한 은행에 5억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한주 평균 100억달러의 대출이 이뤄진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유럽 은행권의 긴장이 높아지는 징후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닉 매튜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유럽담당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달러 대출 재개는 유럽 은행권의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유럽 은행들의 은행간 대출에 대한 거부감을 측정하는 지표인 '유리보-OIS 스프레드'는 2009년 이후 최대치까지 치솟았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난과 맞물려 유럽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댄 데밍 시카고 스터틀랜드 증권 VIX 옵션 트레이더는 "유럽 은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신용경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도 "유럽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담보추가 요구와 함께 자금시장에서도 일주일 이상은 빌려주지 않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당국도 유럽계 은행에 대한 자금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차입선이 막힌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유럽 대형은행에 일일 자금동향의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미국에서 영업 중인 유럽 대형은행들에 일일 자금 상황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유로존 지도부의 '땜질식 처방'도 글로벌 신용경색에 불을 댕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가부채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유로존 정책 담당자들은 문제는 유동성이지 국가의 채무 상환 능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정책 담당자들은 계속해 어려운 결정을 미룬 채 땜질식 처방만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8년 미국 정책 담당자들의 행동과 비슷하다. 미국 정부는 당시 대형 금융회사의 구조화투자회사(SIV) 손실에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슈퍼펀드를 조성, 문제를 덮으려 했을 뿐 근본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단기 자금 시장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롤오버(만기연장)나 자금조달이 쉬웠으나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자금줄이 막힌 유럽 은행들이 단기자금에 의존하는 규모가 커지면서 리스크만 높아지고 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이 관할하는 90여개 유럽 은행들은 향후 2년간 5조4,000억유로 이상의 자금을 재조달(리파이낸싱)해야 한다. 이는 유럽연합(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FT는 "2007년 달러 구조화 투자펀드와 2008년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가 그랬던 것처럼 단기 자금이 급속히 고갈되면 유럽은행들의 자금 조달 자체가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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