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양재동 사옥 매입의혹 규명되나
검찰 '농협회장ㆍ김재록씨 연결고리' 찾기 병행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1천300억원대 현대차 비자금의 용처를 쫓고 있는 검찰이 정대근(62) 농협중앙회장을 체포함에 따라 현대차 양재동 사옥 매입 과정의 로비 여부가 조만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 양재동 사옥 매입 특혜설 = 현대차의 양재동 사옥은 당초 농협이 본사 사옥과 농산물 유통센터로 활용하기 위해 1997년 농협 양재동 물류센터 인근에착공해 1999년 말에 완공한 지하3층, 지상21층 규모의 건물이다.
이곳에 농산물 유통기능을 집중할 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관련부서를모두 이전하면 사업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게 농협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농협은 사옥 완공을 목전에 둔 1999년 12월 돌연 재무구조 개선과 중복자산 매각 차원에서 이 건물을 공개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세간에는 막강한 실력자가 이 건물을 보고 "농민들은 빚더미 위에 사는데농협이 이렇게 좋은 건물에 입주해도 되느냐"고 말한 게 매각 압력으로 작용했다는소문이 돌았다.
농협이 건물을 매각할 당시 제시한 최저 공매가격은 3천억원으로 입찰금액의 10% 이상을 보증금으로 맡겨야 한다는 조건도 부가됐다.
2000년 1월 3천억원의 공매에 부쳐진 이 건물은 그 해 11월 현대차 그룹에 최초입찰가보다 700억원이나 적은 2천300억원에 매각됐고 매매대금도 50%를 낸 뒤 나머지 50%는 5년간 분할상환하는 괜찮은 조건이어서 헐값매각 의혹이 제기됐다.
농협은 사옥 매각 계약을 마친 뒤 현대차가 미납한 매각대금 50%를 담보하기 위해 매각대상 건물에 1천495억원(매각대금의 65%)의 담보를 설정하게 해 줘 사실상미납금액 50%는 농협이 현대차에 담보대출해준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처음에는 3천억원에 공매가 시작됐지만 6차례나 응찰자가없어 유찰됐고 나중에는 현대차 외에 다른 외국계 기업과도 매각 협상을 했지만 현대차가 가장 나은 조건을 제시해 현대차에 팔았다"며 특혜 매각설을 일축했다.
◇ 현대차-김재록-정대근씨 연결고리 있나 = 검찰은 지난달 현대차가 양재동 사옥 매입을 위해 김재록씨에게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포착하고 김재록씨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김재록씨가 현대차로부터 받은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전달해 현대차의 양재동 사옥 매입을 성사시켰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현대차 본사 압수수색 등을 통해 양재동 사옥 매입 과정과 관련된 문서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정몽구 회장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대근씨에 대한 로비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대근씨에게 김재록씨를 통해 현대차로부터정확히 얼마의 로비자금을 받았는지와 6차례에 걸친 사옥 공매 유찰 과정에 모종의불법행위가 개입됐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김재록씨가 `금융계 마당발'로 불릴 만큼 인맥이 넓다는 점과 함께 정대근씨가2001년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2004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맡았던 점에 비춰 고위인사들 간의 친분을 이용한 로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김재록씨와 정대근씨를 연결해준 `제3의 인물'이 드러나거나 정대근씨 외에 로비자금을 받은 농협 고위인사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사법처리 대상자가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입력시간 : 2006/05/10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