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약저축 납입액 분포 공개를"

구간별 현황 알면 청약전략수립 큰 도움불구<br>건교부 "눈치보기등 부작용 우려" 不可고수<br>지역우선 형평문제는 제도개선으로 풀면 돼


청약저축 가입자인 서울 망우동의 무주택자 백모(38)씨는 오는 2009년 송파 신도시에 청약할 계획이다. 현재 청약저축 납입액은 720만원으로 남은 2년여간 꾸준히 납입하면 당첨 가능권에 들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판교 신도시나 성남 도촌지구 등의 경우 당첨자 커트라인이 1,500만~2,000만원을 웃돌았기 때문에 당첨을 자신하기가 힘들다. 당첨이 어렵다면 그 이전에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할 텐데 송파 신도시에 대한 미련이 커 마음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납입액 분포를 알 수 있다면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최근 관련기관들에 문의한 결과 절대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실망한 백씨는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 백씨와 같은 고민은 요즘 대부분의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납입액에 따라 당첨자가 정해지는 청약저축의 속성상 250만 가입자의 납입액 분포를 알 수 있다면 속 시원하게 자신의 당첨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예컨대 청약저축 납입액 200만~300만원 사이는 OOO명, 500만~600만원 사이는 OOO명 등으로 납입액 구간별 가입자 수를 공개한다면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가입자 수와 인기지역 경쟁률 등을 유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현재 위치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인기택지만 고집하다 자칫 내 집 마련의 적기를 놓치는 실수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막연히 신도시 당첨을 기대하는 특정 지역 전입수요도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국민은행 등은 “가입자 분포를 공개할 경우 큰 혼란이 우려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 역시 “공개불가 방침이 있다기보다는 지금까지 공개해야 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었던 것”이라며 “납입액 분포를 공개하면 청약자들의 눈치보기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약저축 납입액별 분포가 가입자들의 개별 이해관계와 별로 관계없는 정보일 뿐 아니라 공개로 인해 어떤 혼란이 야기될지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청약저축 가입자 현황을 알 수 있으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제대로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청약지를 고를 수 있다”며 “어차피 추첨제도 아닌 순차제로 당첨자를 가리는 상황에서 가입자 현황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분포를 공개하는 데 따르는 거의 유일한 문제점은 ‘지역우선공급’ 제도의 형평성 시비를 가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20만평 이하의 택지는 공급물량의 100%, 20만평 이상은 30%를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다. 지역 우선공급 물량이 과도하다 보니 서울의 가입자들은 청약기회가 거의 없다며 가뜩이나 불만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별 장기 가입자 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면 상대적 차별을 받는 서울 등지 장기 가입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예컨대 서울의 1,000만원 납입자에 비해 용인 300만원 납입자가 청약에서 더 유리한 현실이 적지않은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부작용은 불합리한 지역우선공급 제도를 손질하는 데서 푸는 게 순리에 맞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이 사실상 단일지역화돼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축 가입기간이 짧은 용인ㆍ수원 등지의 가입자만 신도시 주택을 대거 우선 공급받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많다”며 “형평성과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우선공급 물량을 대폭 줄이고 청약저축 가입자 분포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