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심쩍은' 8·31대책 후속 입법

요즘 부동산시장의 눈은 온통 서울 강남권, 그중에서도 재건축 아파트에 쏠려 있는 것 같다. ‘헌법만큼 바꾸기 어려운 제도’라던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 폭등의 진원지였던 강남 집값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집계를 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지난 10월 말을 기점으로 상승 반전한 뒤 11월 한달간 2% 가까이 회복됐다. 석달도 채 지나지 않은 8ㆍ31대책의 ‘약발’이 벌써 떨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8ㆍ31대책 직후인 9~10월 두달간 재건축 아파트값의 하락 폭은 4%를 넘어섰다. 이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0.7% 정도 떨어졌으니 사실상 재건축 아파트값의 추락이 전체적인 하향안정세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는 다시 전체 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같은 집값 반등세가 반짝 효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의 오름세가 ‘기대심리’에 따른 일시적ㆍ기술적 반등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8ㆍ31대책의 입법 지연에 따른 눈치보기, 아직 세금부담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데 따른 다주택 보유자들의 버티기 등이 고루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호가는 올라도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급해진 정부ㆍ여당도 강남의 이상 징후를 더 이상 관망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강남 재건축을 특별관리하기로 하고 재건축 규제 완화 시도에 제동을 거는가 하면 8ㆍ31대책 후속입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연일 천명하고 있다. 그래도 시장은 여전히 미심쩍어 하는 눈치다. 부동산시장은 심리를 쫓아 움직이게 마련인데 시장에서 ‘강남 불패론’의 위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당장 돈 쓸 곳이 막힌 투기세력은 조그만 틈새라도 보이면 집요하게 파고들 기세다. 8ㆍ31대책이 과거 실패한 정책들의 전철을 밟고 시장이 다시 널뛰기에 돌입한다면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다. “여야간 시각차는 별로 없다”면서도 8ㆍ31대책의 후속 입법안을 책상에 쌓아두고 주판알만 튕기는 정치권의 모습에 새삼스러운 실망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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