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28일] 투명과 소통이 먼저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가치하락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첨단 금융기법의 총아로 추앙받던 파생금융상품의 부실이 연쇄파동을 일으키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환헤지를 위해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도산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의 상품과 우리나라의 키코는 파생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첨단 금융공학을 이용해 하나의 파생상품을 만들었고 이 상품에 근거해서 수차례에 걸쳐 연쇄적으로 파생상품을 만들어나갔다. 상품구조와 거래형태가 너무 복잡해 투명성이 떨어지고 판매회사와 투자자 간에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손실규모도 불투명하다. 키코는 과도한 오버헤지를 낳는 파생상품이다. 순수한 환헤지 범위를 벗어나 투기적 의도가 반영되면서 투명성이 훼손됐고 최근 환율급등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구매기업은 판매은행과의 소통부족으로 환율급등이 몰고 올 손실규모를 감내해낼 수 있을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가입했으니 참으로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투명성과 소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소통이 원활하면 투명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2001년부터 운용해오고 있는 B2B전자상거래보증은 판매ㆍ구매기업, 신보, 은행 등 거래 당사자가 인터넷을 통해 물품주문부터 납품ㆍ대금결제에 이르기까지 거래의 전과정이 전자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지는 디지털 시스템이다. 그 부실률은 일반보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원활한 소통과 투명거래가 곧 기업 경쟁력의 바탕이다. 특히 소통은 개별 경제 주체들 간의 거래에서 뿐만 아니라 조직의 내부경영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존슨앤드존슨의 전 최고경영자(CEO) 짐 버크는 회사의 핵심가치와 믿음에 대해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일과의 40%를 할애했다고 한다. 소통은 언제나 생생한 정보를 얻게 해주고 상호 신뢰감을 심어준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미국ㆍ일본을 비롯한 전세계가 소비수요 위축, 생산 감소 등 점차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혈액과 같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야 신진대사가 잘 이뤄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이 자금공급이 제때 필요한 만큼 원활히 이뤄져야 생산ㆍ유통ㆍ판매 등 실물경제 사이클이 제대로 돌아간다. 금융부문에서 투명과 소통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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