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미 라이의 유령

◎오만한 창업자가 퇴진했으나 아시아의 소매업체 지오다노는 북경의 의심을 해소하는데 분주하다캐주얼웨어 소매업체 지오다노 인터내셔널이 지난달 대망의 중국내 합작회사 설립과 관련 애로를 겪고있다고 발표하자 이 홍콩기업의 주가는 이틀만에 20%나 하락했다. 1주일후 거래가 재개되자말자 추가로 25% 하락했다. 그러나 지오다노사 주주들은 북경발 나쁜 소식에 익숙해있다. 창업자 지미 라이가 지난 94년 자신이 경영하는 잡지 「넥스트」에 이붕 중국총리를 비난하는 칼럼을 실은 이후 중국당국은 지오다노의 중국내 1백24개 영업점의 일부 폐쇄 및 과세조치로 이 회사를 괴롭혀왔다. 라이는 이에 지오다노내 모든 지분을 매각하고 벤처기업설립에 몰두해왔다. 그러나 오해는 여전히 남아았다. 그의 후계자인 피터 라우사장은 『지미 라이는 더이상 이 회사의 주주가 아니다』며 『중국정부가 이 회사의 주주는 기관투자가들이며 비정치적인 경영진이 운영하고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더 이상의 어려움이 있을수 없다고 본다』고 말한다. 그때까지 지오다노는 라우가 말한 것처럼 지미 라오 유령의 희생자로 남을 것이다. 지난 95년 매출액이 4억5천만달러로 아시아 최대 의류소매업체중 하나인 지오다노는 우수한 사원과 다양하고 적절한 가격이 결합된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오는 7월1일 홍콩반환이 다가오면서 투자가들은 중국내 사업에 필요한 「관시」 즉 인맥관리에 약한 홍콩기업들을 점차 주목해왔다. 크레딧 리용의 로버트 브루이스 자산관리부장은 『좋은 관계와 나쁜 관계가 있다』며『지오다노는 최저등급이다. 올해 상당수 투자가들이 투자를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투자가들을 돌아오게 하기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 지난해 하반기 지오다노의 이익은 1천4백20만달러, 매출액은 2억2천5백만달러에 머물렀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전통적인 시장 성장률은 둔화되고있는 반면 경쟁회사들은 상승세를 타고있다. 분석가들은 지오다노가 새로운 사업개발과 현재 매출액의 약15%를 차지하는 최대유망시장 중국에서의 성장 가속화를 하지않고는 번영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도전에 직면해있지만 지오다노가 발전할 여지는 많다. 회사의 홍콩 접대실은 지난 수년간 우수한 관리 및 서비스로 받은 트로피들로 가득하다. 아시아 최초의 가장 수완좋은 다국적기업의 하나인 지오다노는 1994년 하바드 경영대학원의 사례연구 대상이 되기도했다. 초등학교 중퇴의 독학 기업인인 라이는 지난 83년 홍콩에서 최초의 지오다노 영업점을 개점, 밝은색 폴로 셔츠와 블루진을 판매했다. 그는 뉴욕에서 본 피자가게명을 본딴 회사명을 붙였다. 수년전 그는 『이탈리아 이름을 쓰면 사람들이 이탈리아 제품으로 여길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10년전에 홍콩태생의 캐나다 회계사 라우를 홍콩의 한 파티에서 만나 15분간 얘기한후 전격 채용했다. 80년대말 라우와 몇몇 전문경영인들로 이사회를 구성, 지오다노는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다른 소매업체들도 지오다노 판매원들을 본 따 상냥하게 인사를 하는데다 손님들에게 좀 더 다양한 옷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오다노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홍콩의 한 비서인 엘라 리는 『지오다노의 서비스는 매우 좋다. 그러나 이젠 다른 소매체인의 서비스도 좋다. 다른 가게에선 좀 더 근사한 옷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라우는 라이의 방식이 예전처럼 통하지 않는다고 실토한다. 라우는 『강성의 설립자가 세운 회사는 신성시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이젠 고객들이 모두가 입고 다니는 똑같은 T­셔트에 싫증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혁신과 선택이 중요해지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같은 전략에 맞춰 라우는 최근 홍콩에 지오다노의 표준 형식을 취한, 고급시장을 겨냥한 싱글섹스방식인 「지오다노 레이디스」를 개설했다. 지오다노는 이미 대만에 7개, 싱가포르에 3개의 여성의류점을 갖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회의적인 모습이다. 아시아와 중동에 1백60개가 넘는 U2점을 두고 있는 G­2000 어패럴의 영업부장인 카산드라는 『소비자들은 지오다노가 값싸고 지역적인 브랜드로 알고있다. 지오다노 레이디스는 좀 더 감각적인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 18∼25세의 젊은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다. 지오다노는 북경정부의 이해를 구해야하는 더 큰 어려움을 안고 있다. 정부가 감정적으로는 지오다노 가게를 폐쇄시키지 않고 있어 지오다노는 중국에서 잘 나가고 있다. 중국에서 지오다노 제품들은 점증하는 중산층의 그런저런 수입과 맞물려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엔 지오다노 프랜차이즈의 경영을 원하는 사업가들로 넘쳐나고 있다(가게의 과반수 이상을 지오다노가 소유하고 있다). 테리 전무는 『중국에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몇몇 분석가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W.I.카의 알랜 웅은 지오다노가 2000년까지 중국 판매액을 전체 매출의 1/4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1월 중순 지오다노의 주식을 시장에 내놨다. 웅은 『그들이 안고있는 제약을 고려할때 중국에서 영업하기란 매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 짐을 벗기 위해서 라우는 필사적으로 중국측 합작 파트너를 구해 중국에 영업점을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는 아직 어떤 계약도 맺지 않았지만 곧 합작사를 구하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오다노 주가는 지난주 10% 올랐다. 중국에서 지오다노는 가능한 한 많은 친구들이 필요하다는 증거다.<홍콩/라울 제이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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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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