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는 국제유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국제유가는 연초부터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덧 60달러까지 올라섰다.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조금씩 상승폭을 키워온 결과다. 경기회복 기대감과 유전개발 축소, 약 달러 등 유가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집중적으로 반영되는 형국이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날보다 2.69달러(4.8%) 상승해 배럴당 59.03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장중 62.15달러가지 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상승폭은 올 들어 39%에 이른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61달러(2.7%) 상승해 배럴당 60.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 상승은 원유 재고량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경기회복 기대감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유가상승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달러 가치 하락으로 달러로 표시되는 유가를 끌어올리는 ‘화폐효과’도 상당하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 업체들이 경기침체로 원유 개발 투자를 큰 폭으로 축소하면서 3년 내에 석유가격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석유업체와 투자자들은 1,7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이는 향후 하루 2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투자금이다. 더구나 업체들이 관련 지출을 삭감하면서 하루 420만배럴의 석유 생산과 맞먹는 규모의 투자가 최소한 18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지금은 소비 감소로 전세계 원유 공급이 남아도는 상황이지만 일단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수급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EA는 앞서 올해 석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3% 감소한 하루 8,300만배럴로 30년 만에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중국 등 신흥시장들의 에너지 소비 급증과 석유 생산량 확대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며 지난해와 같이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급등세가 몇 년 안에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패티 비롤 IE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는 2012년께 유가는 훨씬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우먼 바라카트 매쿼리퓨쳐스 수석 부회장은 “유가가 50달러에서 60달러까지 오르는 데 한달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60달러에서 70달러 벽을 깨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 기반이 취약해 유가 상승이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를 끌어올린 것은 지난해처럼 실제 수요 확대가 아닌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유가 상승은 수요와 공급의 펀더멘털을 무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앨러론 트레이딩의 선임 트레이더인 필 플린은 “정유 업체들은 여전히 원유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