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은 됐지만 올해는 어렵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5%를 기록함에 따라 참여정부 4년차의 경제 성적표는 수치상으로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소득(GDI)도 큰 폭으로 개선되며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환율하락으로 수출이 둔화되는 조짐이 역력하고 설비투자 증가폭도 크게 줄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각 연구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보다 크게 낮은 4%대 초반에 머문 것도 이러한 요소들이 감안된 것이다. 민간소비와 GDI가 나아지고는 있기는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고 실업난 등으로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업ㆍ건설투자 회복=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고 완만한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우선 서비스업과 건설투자 증가세가 확대되고 민간 소비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의 경우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4.0% 성장해 GDP 성장률을 밑돌았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2ㆍ4분기 0.9%(전분기 대비), 3ㆍ4분기 0.6%에서 4ㆍ4분기 1.1%로 회복 추세가 뚜렷하다. 실제 제조업의 GDP 성장 기여도는 3ㆍ4분기 0.7%포인트에서 4ㆍ4분기 0.2%포인트로 떨어진 반면 서비스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상승했다. 건설투자도 지난해 2ㆍ4분기 -3.9%에서 3ㆍ4분기 2.9%로 전환된 뒤 4ㆍ4분기에는 2.6%를 기록, 경제 성장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증가율을 낮아졌지만 공공 부문 건설 및 투자 덕에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민간 소비도 해외소비가 늘면서 지난해 4ㆍ4분기 전기 대비 0.8% 증가하며 지난해 한해 동안 이어졌던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수출ㆍ설비투자에 ‘비상등’=문제는 수출과 설비투자다. 지난해 수출은 13.0% 증가해 2005년의 9.7%보다 더 늘면서 한국경제를 지탱했다.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도 7.5%로 전년의 5.1%보다 2.4%포인트나 더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4ㆍ4분기만 놓고 보면 양상이 달라진다. 계절조정을 통한 전분기 대비 수출증가율은 -1.0%를 나타내 2004년 3ㆍ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말 밀어내기 수출 관행이 과거보다는 덜해졌다고 하더라도 4ㆍ4분기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환율하락에 따른 악영향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설비투자도 4ㆍ4분기 증가율이 0.1%에 그치면서 전분기의 3.5%보다 크게 떨어졌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감경기 개선 미미할 듯=지난해 4ㆍ4분기 GDI 증가율은 전기 대비 2.4% 증가하며 2002년 1ㆍ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간 소비도 전 분기 대비로는 0.8%,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늘었다. 앞으로 실물 경기와 체감 경기의 격차가 점차 줄면서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 손실이 커지고 있어 체감경기가 개선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역조건의 악화는 수출단가는 떨어진 반면 수입단가는 오르면서 초래되는데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게 된다. 지난해 연간 실질무역손실액은 68조7,974억원(계절조정 계열)으로 전년의 46조3,705억원에 비해 20조원 이상 급증했다. 비록 지난해 3ㆍ4분기 18조8,000억원에서 4ㆍ4분기에는 16조4,000억원으로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연간기준으로 민간소비가 4.2% 늘었지만 국내 소비보다는 해외여행과 유학연수 등으로 해외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효과도 만만찮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GDI 개선은 체감경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자영업자들의 경영난, 일자리 부족, 주택담보 대출의 이자 부담 등으로 본격적인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