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그룹 이번에는 '시동생의 난'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계획도 차질 예상<br>현정은 회장 사태수습 논의..방북 내일 새벽으로 연기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주식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 현대그룹이 '적대적 M&A의 시도'라며 강력 반발함에 따라 사태가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28일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2년전 시숙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끄는KCC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시숙의 난'에 이어 시동생인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정몽준 의원과 경영권을 두고 대치하는 '시동생의 난'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차례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막고 투자 목적으로 현대상선지분을 매입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대그룹은 "정상적인 지분 매입이라 보기 힘들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태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임원은 이와 관련 "어제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주식 26.68%를매입하기로 한 것은 당초 밝혔던 것처럼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고 풍부한자금을 협력회사에 투자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임원은 "이번 현대상선 지분 매입은 골라LNG측에서 전량을 사겠느냐고 갑자기 제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골라LNG측에서 워낙 답변 시한을 촉박하게 주는바람에 현대그룹측과 사전에 협의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번 지분 매입을 두고 현대중공업과 KCC의 관계를 의심하는 경우가있는데 말도 안된다"면서 "일각에서 나오는 현대건설 인수와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일축했다. 아울러 이 임원은 "우리가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대상선 경영진이 잘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면서 "우리는 상생과 협력을 기대하며 제발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우호지분이 40%대에 달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 또한 우호 세력인 KCC(지분 6.26%)를 합해 지분 32.9%를 확보해, 앞으로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측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됐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1대 주주로 들어옴에 따라 올해 하반기 현대건설 인수를 노리는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상선으로부터 인수 자금을 빼내기 더욱힘들게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을 포함해 전인백 기획총괄본부 사장 등 임원급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당초 오늘 오전 금강산에서 열리는 윤이상 음악제 참석을 위해 방북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사태를 보고받고 수습책을 논의하느라 내일 새벽으로 방북 일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정말로 현대상선의 백기사를 하고 싶었다면 굳이 26.68%나 매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며, 사전에 우리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을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현대그룹 안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인수한 것이 2년전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KCC 정상영 명예회장측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룹 관계자는 "KCC와 KCC건설, 정상영 명예회장 등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쉰들러홀딩AG에 넘길 때도 KCC측으로부터 아무런 협의나 통보가 없었다"며 "이번 현대중공업의 지분 매입이 KCC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에 대비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지분율 확대와 백기사 동원 등 보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년전 KCC와 경영권 분쟁을 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대한 모든 노하우를 익혔다"면서 "현대중공업이 경영권에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현대상선내부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있어 걱정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KCC와 경영권 분쟁시에는 현대상선의 재정 상태가 나빠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없었지만 최근 호황으로 재무상태가 좋아져 이제는 자사주 10% 정도는 매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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