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겹악재에 둘러쌓인 금융산업

NIM 1%대·ROE 1/5로… 금융사 체력고갈 속도 너무 빠르다





●은행

고정금리 대출규제로 예대마진↓… 기준금리 인하땐 출혈경쟁 불보듯


●보험사

TM 영업부진·희망퇴직 겹쳐 고전… 자산운용 골머리 生保 역마진 우려

●카드·캐피털·서민금융

카드 부대업무 규제완화 좌절… 소매금융 축소 조짐에 한숨만

저축은행 총자산 3년새 반토막


"올 초만 해도 경영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헛물 켠 것 같아요. 고정금리대출 규제 때문에 가뜩이나 피가 마르는데 기준금리마저 또 내린다니 순이자마진(NIM) 개선은 물 건너간 듯합니다. 동부에서 보셨듯이 기업여신도 지뢰밭입니다."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수석부행장은 목소리부터 힘이 없었다. 그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실적이) 나빠질 것만 보이더라"며 겹악재에 둘러쌓은 금융회사의 현실을 전했다.

저금리에 각종 금융 스캔들, 대기업 부실 여신 급증 등이 겹치며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금융사들이 올해도 깜깜한 실적전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료(수익)는 줄어드는 판에 파도(저금리)는 더 기세등등해져 체력이 너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국내 은행의 NIM은 1.8%(1·4분기)로 지난 2009년 이후 다시 '1% 벽'에 갇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58%(1·4분기)로 지난 2007년(15%)의 20% 남짓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자기자본을 100억원 투자하면 이익으로 고작 3억5,800만원을 올린다는 뜻이다.

당국이 규제 완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작 금리나 수수료·보험료 등 가격 단속에 대한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완강하다. 일각에서 규제 완화 효과가 크지 않으리란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2금융권도 살얼음을 걷고 있다. 보험사는 영업의 무게중심을 금리 민감도가 덜한 보장성 상품 위주로 옮기고 있지만 또 다른 경영의 한 축인 자산운용에서의 고전이 만만찮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등 수익 감소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수익 통로를 다변화하고 점포와 인원 등을 금융 환경에 맞춰 재편해야 한다"면서도 "'인터넷뱅크' 등 금융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너무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어 솔직히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은행, 예대마진 축소와 출혈경쟁 우려=시중은행 임원들은 현재 금융산업의 경영 변수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기준금리 인하, 기업여신 부실, 대출경쟁, 정부 규제 등이다. 2·4분기에는 세금 환입(우리), 매각이익(하나) 등 일회성 순익 반영으로 실적이 반짝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 다시 가라앉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기준금리가 내릴 경우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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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통상 기준금리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대출자산이 부채(예금)보다 10%가량 더 많다. 수입으로 걷히는 대출이자의 감소폭이 더 커 마진이 나빠진다. 부동산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고작 15% 수준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정부 규제로 올해 말까지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20%까지 높여야 해 금리가 내려갈수록 은행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이미 3% 초반까지 떨어져 조정의 여지도 없어 보이지만 한정된 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이미 대출경쟁은 가계는 물론이고 중기·소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의 올 상반기 중기대출만 해도 19조원이나 늘었다. 2009년 상반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하반기에도 역마진이 우려될 정도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

넘치는 유동성을 풀 데 없는 이는 부실여신이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NIM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금리인데 금리 인하도 문제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대출경쟁"이라며 "수수료 인상도 안 돼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반기에 NIM 개선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진단했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리 민감 여신이 많은 은행일수록 NIM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금리 하락으로 보유 채권 가격이 오르는 장점도 있어 은행마다 여파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여신은 동부 사태가 변수다. 동부제철의 은행권 익스포저만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충당금으로 5,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이 2,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다른 은행도 수백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충당금을 쌓아야 해 실적에 주름살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자칫 충당금 규모가 조 단위가 될 수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악화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해 수익과 관련한 비즈니스는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영업 타격에다 자산운용 골머리=보험사는 텔레마케팅(TM) 등의 영업 부진과 희망퇴직 등으로 수익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특히 생보사의 실적 고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사는 자동차보험료가 4년 만에 인상됐고 장기상품 중 저축성 보험 비중도 25% 수준이라 생보사(70~80%)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생보사는 2000년대 초반 당시 고금리 확정이율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그 결과 6.5% 이상의 고금리 상품이 전체 계약에서 30% 가까이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이 4% 중반이라 역마진 우려도 크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손보사의 2·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20% 안팎으로 증가하는 반면 생보사는 전년 대비 30~40%가량 하락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보험사가 주로 매입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고작 2% 후반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금리가 더 떨어지게 되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입보험료를 운용자산과 매칭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2012년부터 보험사들이 해외 빌딩 매입을 통해 임대수익을 꾀하는 것도, 당장 수입보험료가 줄지만 저축성 보험을 접다시피 하는 것도 자산운용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한 대형 생보사의 고위임원은 "하반기 보험사들이 추가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부진한 흐름을 반전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해외 진출, 은퇴설계 분야 등에서 기회를 찾고 있지만 금융 환경의 구조 자체가 힘들어져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드·캐피털 등 당국 규제 방향에 촉각=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업계는 정보 유출로 허덕였던 연초에 비해서는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 저금리 기조 역시 조달금리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 여전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성장률이 '0'에 수렴하고 있는 점은 업계의 생존을 걱정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신용카드 발급 수는 2011년 말 1억2,214만장에서 올 1·4분기 말 9,540만장으로 21.9% 감소하면서 1억장 아래로 내려갔다. 오토론 등에서 보듯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한 위기감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카드사의 숙원이었던 부대업무 네거티브 전환 등 규제 완화가 좌절됐고 캐피털업계는 소매금융 축소 조짐에 한숨을 쉬고 있다. 한 카드사 임원은 "금리 상황은 카드사에 유리한 환경이라 하반기에도 목표실적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문제는 업계 자체의 성장동력이 상실되고 있어 앞으로 조달금리가 오를 경우 충격을 흡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자동차복합할부금융 등 놓고 업계 간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수익 악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캐피털사들은 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대부업 등과의 대출금리경쟁을 벌여야 한다. 개인금융을 줄이고 리스크가 큰 기업금융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기조 역시 부담이다. 한 기업금융전문 캐피털사 임원은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먹거리가 뭐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리테일 전문 캐피털사 관계자는 "기업여신 건전성이 악화돼 하반기에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서민금융과 틈새시장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저축은행들도 먹거리 찾기로 분주하다. 하지만 좀처럼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상호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2010년 말 8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38조9,000억원으로 3년 만에 반토막 아래로 내려앉았다. 최근에는 우량저축은행으로 평가 받던 곳까지 적자 비상등이 켜졌다. 대형 저축은행인 SBI 등도 계속된 적자에 증자로 버티고 있을 정도다. 대형 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금융 당국이 캐피털은 기업금융,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에 방점을 찍는 제도 변경을 구상하고 있는데 얼마나 빨리 적용될지 여부가 하반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신용대출 시장의 경우 대부업계 저축은행의 가세로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민금융 시장에서는 연체율이 오히려 올라가고 있어 걱정이다. 미소금융의 경우 2012년 6.8%(잔액기준)였던 연체율이 지난해 4·4분기 말에는 8.6%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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