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농협 발전계획, 농민 신뢰회복부터

농협중앙회가 “농협 발전을 위한 세부투자 계획’을 마련한 것은 한마디로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되겠다는 몸부림이다. 앞으로 10년간 대형 민간유통업체에 1조원을 투자, 지분참여를 통해 농산물 제값 받기를 실현하는 것을 비롯해 김치공장과 농민병원 등을 설립하는 등 도합 6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신용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려는 정부계획에 대한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농협은 전국 곳곳에 점포를 가지고 있는 등 자산이 200조가 넘는 ‘공룡’이지만 지니고 있는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농민을 위한 농협이란 평가를 받지 못했다. 3개 사업구조인 신용ㆍ경제 및 교육부문 중 특별히 내놓을 만한 업적을 쌓은 분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엔 가장 주력해야 할 경제분야(유통 및 식품)보다는 돈 장사라고 할 신용분야에 힘을 기울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용과 경제부문 분리도 바로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신용부문을 분리하고 매년 1,000억원의 적자를 내는 경제사업에 힘을 기울이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농협도 이러한 점을 유념해 경제사업분야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그 동안 소홀하다고 비판을 받은 농촌과 농민 지원에 이번 계획의 중심을 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지만 무엇보다 농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농협이 전국 방방 곳곳에 조직을 가진 이점과 100조원에 이르는 금융자산을 바탕으로 계획대로 재건 사업을 추진한다면 유통 및 식품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은 물론 농민을 위한 농협이란 평가와 함께 분리론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을 추스르고 농민 위에 군림했던 정신자세를 바로 잡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그 동안 농민들이 “누구를 위한 농협이냐”고 원망 섞인 푸념을 했던 것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농산물 제값 받기를 실현하고 유통망 확대, 농촌투자회사와 농민병원을 설립하며 장례지원단을 만들어 농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거창한 계획도 농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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